법연으로 맺은 세 아들
입교원서 요청 사항에 ‘법명을 다이나믹하게 지어주세요.’라고 써 놓았다.

글. 박화영


 6년 전 화곡교당에 부임하던 첫해 여름. 오랫동안 투병 중인 부군을 돌보느라 고1 아들을 학원에 보내기 어려워 고민이라는 교도님의 말씀을 듣고, “수학 공부방을 열 테니 교당으로 아이를 보내주시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공부방이 시작되었고, 도성이는 친구들을 데리고 교당에 나왔다.

 친구를 따라 교당에 나오던 두 녀석이 입교를 하겠다길래 입교원서를 줬더니 한 녀석이 요청 사항에 ‘법명을 다이나믹하게 지어주세요.’라고 써 놓았다. 교감님께 법명을 지어달라고 말씀드리니 “화영교무 자식들이니까 화영교무가 지어봐~.”라고 하신다. 며칠의 기도 끝에 배우가 꿈인 우현이에게는 그 재주를 세상에 드러내어 훌륭한 배우가 되라고 ‘기현(技現)’, 늘 밝은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정하에게는 그 에너지로 세상에 유익주는 삶을 살아가라는 뜻과 다이나믹하게 지어달라는 그 요청을 담아 ‘다익(多益)’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공부방 인연으로 만난 도성이와 기현이와 다익이는 법회와 훈련에도 늘 함께했다. “교무님처럼 이야기가 잘 통하는 어른은 처음이에요!”라며 나에게 고민들을 털어놓고 울고 웃기도 했다. 허물없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를 자처했던 터라 가끔은 “교무님이 이래도 되는 거예요?”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하루는 도성이가 법회를 마치고 심각한 표정으로 상담할 일이 있다며 나를 불러냈다. 무슨 큰일인가 싶어 달려갔더니 학생 회원들이 놀이터에서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깜짝 생일 파티를 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내 생일을 살뜰히 챙겨 주었다. 수능을 마치고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는 동영상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보내주고, 혹 직접 찾아오지 못할 땐 대표로 한 녀석을 꼭 보내 조각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영상통화로라도 축하를 해 주었다.

 그러던 중 한 녀석이 나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말을 전했다.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전무출신을 권장해 본 일이 없는데, 제 발로 찾아와 출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교감님께 상의 드렸더니 “화영교무 자식이니까 화영교무가 키워야지. 화영교무가 추천해~.”라고 하셨다. 당장에는 사정이 있어 일반 대학 수학과정을 마치게 했고, 드디어 올해 전무출신 지원서를 내게 되었다. 추천서를 쓰는 마음이 너무도 설레고 감격스럽다. 특히 다익이가 가는 길에 도성이와 기현이가 큰 힘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청소년교화의 가장 큰 보람은 함께 했던 아이들이 교당의 주인, 사회의 주역으로 자라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때다. 나와 함께 했던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보석처럼 빛나기를 늘 기도한다. 알차고 실다운 청소년교화계획으로 곳곳의 교당에서 도성이, 기현이, 다익이 같은 주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