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의 숨결처럼 한가롭다 산 능선 꽃잎 삼은 훈련원
취재. 노태형 편집장


 우리에겐 보물이 있습니다.
 산 속 깊숙이 숨겨져 있죠. 여러 겹의 산을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눈에 들어옵니다. 산 속 길 끝머리에서 장작불에 밥 짓듯 햇살은 따사롭게 고여 들고, 솔바람은 아이의 심술처럼 괜스레 풍경을 흔들고 지나며, 가끔 사람 소리가 그리운 듯 고요함은 낙엽처럼 툭툭 흩어져 내리죠. 그곳의 사람들은 마음 밝히는 훈련을 받습니다. 원불교 훈련원에서, 말이죠.
“우리 훈련원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그 속에 사는 사람들도 몰랐습니다. 산에 첩첩 둘러싸여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산 능선이 호위장군처럼 그렇게 따듯하게 보호하고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던 거죠. 높은 곳에 올라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집 속에서는 보지 못했던 겁니다. 숲속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삶이랑 참 많이 닮아 있죠.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세요?


 강원도 산 첩첩, 소금강 맞은편 능선 아래 깊숙이 자리 잡은 훈련원은 예부터 어느 수행자의 구도도량이었고, 또 어느 할머니의 기도터였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산길로 2㎞를 더 오르면 중앙봉, 산 정상에 적송을 지붕 삼은 넓은 바위가 나옵니다. 젊은 교무는 매일 그곳에 올라 세상을 위해서 기도를 올리죠. 그 기도 소리 간절해 산 메아리처럼 세상으로 번져갑니다. 우인훈련원이라네요.

 영남 땅, 옛적 오지 중의 오지였던 배내골에는 아주 오래 전 할머니 교무님의 서원으로 어머니 자궁 같은 아늑한 터가 마련되었습니다. 매일같이 올린 기도가 백일이 되고 천일이 되고 만일이 되고…. 새까만 하늘에서 밤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 그 기도 소리는 더욱 간절해집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비는 기도 소리죠. 이제는 열반에 드신 할머니 교무님, 향타원 박은국 종사의 발자취는 허황된 꿈을 꾸며 사는 사람에게 큰 채찍이 되어 돌아옵니다. 참 감사합니다. 배내훈련원을 아시나요?

 큰 연못을 샘물 삼아, 소가 물마시듯 흡족한 곳이 전북 만덕산입니다. 산과 산 사이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곳이죠. 그곳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바로 이것이여. 진리가.’ 하고 외치던 할아버지 교무님이 살고 있습니다. 혹 그 뜻을 다 몰라도 그 간절함에 고개가 숙여지죠. 그래서 큰 덕(萬德)이 생기나 봅니다. 낮이면 산비탈에서 일하고 밤이면 불빛 아래서 도(道)를 구하던 그 모습. 한 번쯤, 그런 시간을 걷는 여행자라면 삶은 더욱 가치 있겠죠.

 그곳에 가던 날, 노란 은행잎이 터널을 이뤘습니다. 가을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 날이죠. 20대 젊은 아이 몇이 그 노란 나무 아래서 열매를 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젊음과 산속은 현대 사회에서 그리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순박한 웃음 뒤에는 ‘큰 꿈’이 감춰져 있습니다. 나보다는 세상을 위해 살겠다는 숭고한 꿈, 그 뜻이 많은 종법사들이 머물렀던 논산 벌곡 삼동원에서 가을과 함께 익어갑니다.

 세상 살면서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마음이 살아야 세상이 살고, 마음이 건강해야 세상이 건강하고, 마음에 희망이 있어야 세상에 희망이 있습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 마음에 둥지를 튼다고 하죠. 훈련원에 머물면 그 마음이 보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다시 또 봄…. 그곳에서 쉬어보세요.
드론(drone)으로 엿본 세상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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