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타원 교무님!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정화제복사에 근무하는 해타원 신기원 교무를 위해, 아는 분에게 부탁해 도장 두 개를 새겨 드린 적이 있다. 보통은 법호와 법명을 새기는데 교무님께서는 ‘뻘’이라는 글자와 ‘신기원’이란 법명을 새겨달라고 하셨다. 이유가 있었다.

 신 교무님이 출가한 지 26년이 흐른 후 어머님께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다. 딸이 서원을 세우고 고향인 섬에서 완도로 나와 수계농원에서 근무를 하기로 했는데, 뱃삯과 조금의 여비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난히 달빛이 교교하던 새벽, 고심하던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돌았다.

 그러다가 선착장에 배를 대고 개펄을 한참 걷고 있는데, 발꿈치에 뭔가가 밟혔다. 이상한 예감이 들기에 집어 들어 바닷물에 씻어보니 동그랗게 말아진 종이뭉치였다. 집에 돌아와 펼쳐보았더니 만 원짜리 4장이었다. 아버지는 이것이 딸의 출가를 위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그 돈을 딸에게 전해주었다.

 이런 사연을 안고 출가의 길을 걷게 된 신 교무의 이야기를 들은 동창 교무들은 웃으며 ‘뻘타원’이란 법호를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 신 교무는 법호를 받을 때 종법사님께 이 이야기를 말하고 개펄과 관계있는 법호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바다 해(海), 해타원이란 법호를 받게 된 것이다. 출가의 기연이 된 개펄에서 건진 돈과,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는 성정에 딱 어울리는 법호였다.

 하지만 신 교무님은 지금도 해타원이란 법호보단 ‘뻘타원’으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나비와 연꽃을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하는 해타원은 그림 한 점을 그리고 나면 바다 내음이 물씬나는 ‘뻘’이라는 도장을 찍는다.

 해타원의 그림에서 바다 내음이 나고 잔잔한 미소가 그려지는 연유이다.

이야기 둘.

 요즘 젊은이들을 ‘포기의 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 포기를 희망으로 바꾼 한 청년이 있다. 청년은 대학에 원불교 동아리가 없자, ‘내가 만들리라.’고 생각하며 소태산께서 제자들과 함께 했던 혈인기도와 방언공사를 흉내 내보기로 하였다. 혈인기도는 동아리창립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고, 방언공사는 학생회관 앞을 청소하거나 대자보로 인해 얼룩진 벽면을 청소하는 일로 여겼다. 그렇게 기도와 청소를 하며 만난 대학생들과 함께 ‘일원상’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교화를 시작했다. 이를 보고 동아리연합회에서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이라며 원불교를 정식 동아리로 인정해 주고 동아리방까지 배정해 주었다. 그렇게 오롯한 교당 하나가 대학에 마련된 것이다.

 이는 서울시립대학교 원불교학생회 창립 기연이다. 힘든 학교생활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작은 씨앗이라도 전하고 함께 가꿔야지!’ 하는 다짐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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