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숲으로
 글. 노태형 편집인

 외진 골짜기, 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섰습니다. 누구 하나 돌아봐주는 이 없어도 척박한 땅에 조금씩 뿌리 내리고 덩치를 키우며 섰습니다.

 어릴 적 떡잎부터 알아봤다는 나무 한 그루가 객지로 팔려갔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돕니다. 너무 잘 생겼기에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뿌리가 뽑힌 것이지요. 아마 어느 부잣집 뜰에서 몸통이 뒤틀리고 가지는 꺾여서 조경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소문이 들려옵니다.
 토질 좋은 개울가에서 위용이 당당하던 나무 한 그루가 결국 베어졌다는 것이지요. 곧게 잘 자란 모습이 탐이 났나 봅니다. 길 가던 어느 목수의 눈에 띄어 결국 밑동만 남긴 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어느 권세 있는 집 안채의 대들보가 되었거나 서까래로 버티겠죠.
외지고 비탈진 곳을 지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수많은 비바람과 엄동설한을 이겨야 하고 영양분도 넉넉하지 않으니 잘 자라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1년, 2년, 10년, 20년…. 세월을 흘리면서 이제 제법 밑동도 굵어졌고, 키도 하늘을 찌를 듯 솟았습니다. 가지도 넓게 퍼졌고요. 어느 날, 지나던 이들이 그 그늘 아래서 쉬어가며 말합니다. “나무 한 번 참 잘 자랐다.” 짐승이나 새들도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나드니 외로울 새가 없습니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세월 지키고 섰더니 어느새 거목이 되었네요. 이제는 누가 베어갈 수도 없게, 말이죠.

 원불교라는 숲에도 많은 나무들이 자랍니다. 될성부른 나무가 있는가 하면, 아둔한 듯 답답한 이도 있습니다. 조급함에 쉬이 꺾여 버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나무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원불교의 빽빽한 숲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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