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전하는 만화
유영미 만화가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신동이, 울컥이, 몽실이, 심보, 태평이.
 그녀가 그리는 만화의 주인공은 어디선가 한번쯤 마주쳤을 법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걱정하고, 힘든 회사생활에 한숨 쉬면서도 작은 일 하나에 웃고 우는 그들. 그러다보니 그녀에게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만화가 유영미 씨(법명 신유, 춘천교당)이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

 <월간 원광>과 <효도마을>에서 ‘울림’과 ‘양파네’를 연재하고 있는 그녀. 일주일 동안 스토리를 짜고, 3~4일 간 콘티와 그림을 그리다보면 한 달은 훌쩍 지나가 있단다. 
 
 “아이가 있다 보니 힘들 때가 많아요. 우는 아이를 업고 작업한 적도 있지요.” 항상 곁에 두는 손때 묻은 아이디어 노트에는 다양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가득한데…. 그러고 보면 오래전 학창 시절부터 그녀의 노트는 스토리와 그림들로 가득했었다.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그것이 자연스레 꿈이 되었지요.”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강원도 만화공모전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만화가 유일한 취미였던 그에게 미술만화학과 진학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막상 만화 연재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됐지요.” 인물을 그리고 거기에 성격을 입혀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은 두렵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발을 내딛어야만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했단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가 제일 고민이었죠. 남편은 ‘당신만의 색깔이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 줬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그녀. 그리하여 탄생한 만화 ‘양파네’는 대가족 안에서 자란 그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원광>에서 연재하고 있는 ‘울림’도 마찬가지예요. 주위의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읽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지요. 책을 덮고 나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요.” 20대 후반 청년들의 모습에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과 직장생활 때의 애환이 들어갔다. 울림을 주는 한 줄을 위해 다양한 명상서도 탐독했단다.

 “그러다 보니 제 만화를 보고 ‘꼭 내 이야기 같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누구나 한번은 겪어보았을 법한 이야기인 거죠.” 편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는 독자들. 그녀 또한 만화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는데…. ‘즐기려고 마음먹으면… 힘든 일도 잊어버릴 수 있어’ ‘일단,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 보자.’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어떨까?’란 만화 속 대사는,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이 만화를 바탕삼아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전통문화상품전 등 여러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만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그녀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리를 바탕한 그림

 “요새 ‘유영미가 누구냐?’며 궁금해 하는 교도님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는 원불교 이모티콘 그림 작가로 선정되고, 올해는 원불교 문화상품 및 캐릭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원불교 곳곳에서 이름을 드러내고 있는 그녀. 아마도 그녀가 그려내는 그림들이 원불교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불교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감동받았던 법문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었죠. 하지만 엄두가 안 났던 것도 사실이에요.” 대학생 때 입교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빠지지 않았다는 법회. ‘법문을 어떻게 하면 쉽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는 그녀의 오랜 고민이었다. “드디어 얼마 전부터, ‘울림’에서 <대종경> 내용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론 어렵죠. 법문을 내 경험으로 끌고 와 풀어내야 하는 거니까요.” 요새는 법문 연구생처럼 책상에 앉아 교전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녀. 그 덕분에 원불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 법문 일러스트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다.

 “이런 일들이 다른 무엇보다 보람이 돼요. 역대 종법사님의 캐릭터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림으로 교리를 풀어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은 그녀. 그녀의 두꺼운 아이디어 노트에는, 아직 꺼내놓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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