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교단인가?
 글. 노태형 편집인

 멈춰 섰다.
 원불교 100주년의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사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교단은 ‘성지 수호’란 이름 아래 모든 게 올 스톱된 분위기다. 한동안은 다시 또 희망을 건져내기가 참 어려울 것 같다.

 현재 교단 구성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교단 지도부의 생각을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 교단 지도부들마저도 각자의 생각을 우선하기에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최고 지도자의 생각과 말이 각자 개인들의 편리에 따라 해석되고 왜곡되면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뚜렷한 지도력 공백이 소문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통제도 자중도 없다.

 전무출신은 대종사님의 염원을 내 뜻과 내 생활 내 언어로 삼아야지, 내 염원을 내 뜻과 생활로 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고 지도자의 이야기마저도 어떻게 해석되어 전달될 지 걱정이다. 다시 말해, 교단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상호 충돌하면서 보완되기보다는 불신과 아픔을 잉태하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서 행동하는 양심들의 아픔도 크지만, 생각이 달라 침묵하는 양심들의 아픔도 그에 못지않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재가교도와 출가교도의 노골적인 불신은 교화현장을 경색시키고 있다. ‘다름이 아름답다.’는 말은 한갓 구호에 그칠 뿐이다. 애초,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되어 객처럼 되어버린 재가교도들의 불만이 쌓여 활화산이 된다면 어쩔 것인가. 참 두려운 일이다.

 지금은 자기 생각을 줄여야 할 때다. 특히 지도부는 더 그렇다. 자기 생각이 강해질수록 ‘우리’란 공동체는 점점 위축되고, 교단은 찢어질 수밖에 없다. 교단은 우리 모두이지, 결코 어느 특정 누군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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