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글. 정도성

소낙비 주룩주룩 마른 땅이 젖었다.

해가 나자 젖은 땅이 다시 마른다.

그 사이에
꽃이 터지고 새가 날았다.

그 사이는 말이 아니었으므로
그 사이는 반짝,
빛나는 슬픔일지 모르므로

그 사이에
나는 복도를 걸어가고
훌쩍, 낭떠러지를 건너뛰기도 하고
그 사이에 나는 밑줄을 긋고
슬쩍, 당신의 어깨를 건드리기도 하고.

그 사이에
파도는 치고
눈은 마주치고

나무와 햇빛 사이
물과 언덕 사이
바위와 시계 사이

꽃 피고 출렁이는
세상의 모든 사이

비 내리고 해 나오는
아찔한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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