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의 불안을 나눠지다
변호사가 된 교무, 최덕문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각종 소송 서류들이 쌓여 있는 사무실이 다른 변호사 사무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한쪽에 보이는 일원상과 <원불교 교전>, 그리고 그가 건넨 명함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변호사란 글귀 옆에 적힌 ‘원불교 교무’. 교무로서 제1호 변호사인 최덕문 변호사교무(일원법률사무소, 교정원 총무부 소속)의 이야기이다.

건강검진을 받듯 예방적 상담

 “원광대학교교당 교무로 근무하던 시절, 로스쿨을 준비하는 교도 학생을 만나면서 법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던 거지요.”
최 교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 해 준 내용은 바로 원광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발단.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로스쿨 3년 동안 다양한 방식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가며 적극적으로 공부한 그였다. 물론 로스쿨 내 원불교 동아리인 법심향 활동도 빠질 수 없었다. 아버지, 고모, 외삼촌, 두 분의 이모들까지 전무출신인 가족들을 보며 자란 그에게, 교무는 자연스럽고 오랜 꿈이기도 했다. “법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공부를 통해 교단에 기여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어요. 분야가 남들과 조금 달랐을 뿐이지요.” 변호사 합격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간 곳도 교당이었다. 법신불 앞에서 그는 자신의 서원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행히 실무수습을 하게 된 곳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회사, 학교 등 여러 방면에서 자문하는 로펌이었어요. 그곳에서, 이미 발생된 분쟁을 해결하는 일보다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변호사가 분쟁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필요하다거나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가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 수 백 장에 이르는 소송 서류 안에는 사건만이 아니라 의뢰인의 불안과 부담이 함께 담겨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기 전, 변호사에게 상담과 자문을 받아 문제를 예방한다면 그 사람 인생에 생산적인 도움이 되는 거지요.” 아프기 전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같다는 것. 그리고 이런 역할을 하고 싶은 그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경험을 쌓은 후에는 교단 소속으로 일하려고 해요. 직접 뛰기도 하겠지만, 교단과 전문가그룹을 연결하고 점검하는 역할도 필요하니까요. 지금은 그 준비를 하는 과정인 거죠.” 수위단회 법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위촉받은 것이 가장 뿌듯하고 소중하다는 최 교무. 높이 쌓여만 가는 책과 서류들이 그의 성장을 보여준다.


전문직 교무의 고민

 2014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법무법인 소속으로 일하던 그는, 작년 익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원했다. 그 사이, 수북이 쌓인 소송 서류만큼이나 그의 고민도 많아졌다는데…. 변호사이기 이전에 성직자로서, 의뢰인의 깊은 근심 속에서 나오는 아픔을 더 공감하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비용부담 때문에 변호사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어요.” 타 사무실과 다르게 사무장을 두지 않고 직접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변론을 자처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판결이 소송의 끝이 아니라, 그것이 집행될 수 있도록까지 그는 의뢰인과 함께 고민한다.
“그러다보니 관심 가는 분야도 생겼어요. 의료와 환경 분야인데, 승소하기 어려운 만큼 억울한 분들이 많거든요.” 의료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의사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다 보니, ‘전부승소’가 100건 중 한 건, 일부승소도 40%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환경소송은 이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인데…. 그에게 변호사란 억울한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불안과 부담을 나눠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변호사들끼리, 우리 직업은 돈만 안 받으면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말해요. 하하. 남을 도와주는 일이잖아요.”
교무이기에 의뢰인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대종경> 인도품 29장 내용처럼, 100을 얻을 수 있는 사건이라도 7,80에서 만족하고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걸 다 취하고도 더 욕심을 부리는 건 좋지 않다고 설득을 하는 편이에요. 한계를 넘어서까지 상대방을 몰아붙이다 보면 이겼어도 행복해 질 수 없거든요. 본인이 만족하고 멈춰야 가장 좋지요.”
“앞으로요?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한 분야를 공부해 교단에 도움이 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보편적인 전무출신으로서의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는 거지요. 교단에서 불러주시면 언제든 교단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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