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가족 부처님!
글. 문양경 신길교당

 며칠 전, 퇴근한 남편이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두통약을 찾아봤지만 없어서 흐지부지 지나갔다. 부엌에서는 딸이 남편에게 비빔면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내 팔에 파스가 붙어 있는걸 보고 남편이 딸에게 요리를 부탁한 것 같았다. 딸과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일요일이 되자, 나는 딸에게 “늦지 않게 아빠랑 함께 오라.”는 말을 남기고 교당에 갔다. 그런데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빠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교당에 못 오고, 혼자만 온단다. 순간 남편에게 화가 났다. ‘교당에서 맡은 책임이 있는데 못 오면 어찌하나?’ 불편한 마음으로 법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 가게에 들렀다. “점심은 먹었느냐?”고 물어보니 대답할 기운도 없단다. 그러더니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나에게 통 관심이 없다.”며 불만을 말한다. 그때 아팠던 머리가 지금까지 아플 줄이야! 미안한 마음에 남편이 좋아하는 녹두죽을 사다 주었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조기 찌개를 맛있게 끓여줬다. “머리 아픈 건 어떠냐.”고 물으니 “조금은 괜찮다.”고 한다. 아내의 관심과 사랑으로 차린 밥상 덕에 깨질 듯이 아팠던 머리가 치유된 것일까…?
 밖에선 남의 세정을 잘 헤아리면서, 정작 내 가족에게는 불공을 잘하지 못했다. 앞으론 내 가족에게 실지 불공을 더 잘해야겠다.
“나의 가장 소중한 부처님들! 사랑합니다. 내 가족이라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화낸 게 아니야
글. 조정수 정릉교당

 요사이 잠이 잘 오지 않아 힘들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새 뒤척이다가 일어나니 남편이 내게 “비 온 뒤 주방 창문이 지저분해져서 주방 쪽과 창문틀을 한참이나 청소했다.”며 약간 핀잔 섞인 투로 말했다. ‘잠을 못 자서 머리도 아픈데, 왜 새벽에 청소를 해?’ 하는 생각에, “몰라. 몰라. 얘기하지 마.” 하면서 짜증을 부렸다.
 아침 훈련이 있어서 부지런히 준비하는데, 남편이 걸레로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돈 만 원도 나에게 허락받고 쓰라.”며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한다. 순간 화를 내고 싶었지만, 교당에 가야 하니 꾹 참았다. “훈련 몰라요?” 했더니 늦었다며 씻으러 들어간다. 그 사이 ‘혼자 교당 버스 타고 가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늦을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와이셔츠며 양말과 옷을 챙겨 주었다.
 법회 후 먼저 집에 와 있으니, 결혼식에 갔던 남편이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일찍 왔다.”며 웃는다. 나는 “아침에 그건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물었다, 남편은 어제 퇴근길에 어떤 부부가 ‘떡 사세요.’라고 외치며 힘들게 떡을 파는 걸 보니, 돈 만 원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청소한 것도 당신에게 화낸 게 아니야.”라고 덧붙인다.
생각해보면 새벽에 남편에게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한마디만 했어도 서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 텐데…. 앞으로 더욱 유념해야겠다.


물 샌 천장
글. 윤성운 여의도교당

 아래층에서 연락이 왔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걸 보니 우리 집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수리를 했는데도 물이 누수 돼 아래층의 안방과 주방, 거실 천장의 도배지가 전부 들떠있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주머니의 심정을 공감하려 노력하면서, 큰맘 먹고 “천장 전체 도배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야 그 분의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배를 하려면 전체를 해야지 어떻게 천장만 하냐는 것이다. 짐도 옮겨야하니 인건비도 많이 들 거라고 했다. ‘욕심 많아 보이는 인상에 어울리게 행동도 양심 없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좋은 사람, 아래층 여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을 조금 두고 ‘아래층 아주머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상상해봤다. 우리 가족의 아늑한 휴식처가 윗집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 도배라는 큰 작업도 해야 하는 데다가, 물기 먹은 천장을 말리려면 도배지를 뜯고 난 후에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더군다나 어떻게 천장만 도배를 하나? 뜻하지 않게 벌어진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난 내 마음이 힘들어지니 아주머니를 양심 없는 사람이라고 폄하했다. ‘분별·주착심에 끌림 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공부였지만 마무리까지 공부심을 놓지 않으려고 했더니 일이 원만히 해결됐다.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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