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을 갖춘 수도자


이해득실을 떠난 불연

 지타원 대호법께서는 여성회 활동에 특별히 노력을 하시고 또 복지 관계에도 굉장한 공덕을 쌓으시고, 영어 정역사업과 관련해서도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케냐 교화에 아주 헌신적으로 노력을 하셔서 ‘저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저 일은 아마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열반을 하시니 섭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삼세 거래를 할 때 청정일념과 인연작복, 그리고 공덕을 쌓아 복록을 많이 준비하는 게 참 중요한 일입니다. 지타원님은 저 먼 아프리카까지 불연을 넓혔으니 대종사님께서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주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불연을 맺을 때에는 이해득실을 떠나서 무조건 존중하는 마음으로 맺어야 합니다. 소중히 여기며 이해를 떠난 입장에서 맺은 인연은 성불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복덕을 짓는 여러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은 부처님 사업의 공덕주가 되는 일인 것 같아요. 부처님과 인연을 짓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근본적인 도덕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의 생사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열반에 일찍 들 수도, 늦게 들 수도, 갑자기 들 수도 있습니다. 그때 한 마음이 준비가 된 사람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지타원 대호법께서는 열반할 즈음 일원상 서원문을 많이 독송하셨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독경을 부탁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준비하는 마음으로 훌훌 가셨으니 반야용선에 실려서 거래하실 것입니다. 내생에 다시 오셔서 교단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 교화의 선도 주자로 큰 역할 해주시기를 거듭 축원드립니다. (102. 06. 25 故 지타원 한지성 대호법 추도식)

 

성자는 잘 단련된 감정노동자

 사람의 본성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걸 유가에서는 인(仁)이라고 합니다. 어린 아이가 위험한 물가에 앉아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로 보호의 손이 뻗어지지요? 그렇게 자애심이 자동으로 우러나는 것은 본성에 의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모두 그런 자비심이 있습니다. 그것을 감성 혹은 감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수도를 하는 것은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분노 사회라고 해서 화가 나면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죠. 감정이란 본래 아름답고 좋은 것인데, 조절이 안 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좌선과 염불을 통해 순간순간 마음을 챙기고 요란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감정을 순화시키고 조절하기 위한 것입니다.

 감성이 발달한 사람은 공감능력도 뛰어난 것 같아요. “아, 나도 그랬는데 너도 그런 기분이겠구나.” 하고 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음공부를 하는 여러분들의 감정을 한번 살펴보세요. 균형 있고 안정된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아니면 경계를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증폭이 심한가요?

 안정된 감정이라야 요란하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요란하지 않은 마음이라야 해탈을 할 수 있습니다. 항마를 하기 전까지는 법의 틀에 맞춰 법대로 해야 하지만, 항마 이후에는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계속 딱딱하게 법만 지키고 있으면 남의 세정을 몰라주는 수도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감능력이 있어야 남과 어울려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성자나 부처님은 잘 단련된 감정 노동자입니다. 수도를 한다는 것은, 나의 감정을 순수하게 만들고 안정시키고 공감능력을 확대시켜나가는 일입니다. (102. 06. 23 제5차 전무출신훈련)

반추하는 방학기간

 초식동물들은 주로 도망을 다니기 때문에 일단 풀을 부지런히 뜯어 먹은 후에 한가할 때 다시 되씹어서 소화를 시킵니다. 그걸 반추라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반추의 시간입니다. 반추에는 굉장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음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정신은 뭘 먹고 성장할까요? 여러분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정신의 음식입니다. 세상을 좋게 만드는 정신적 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한 학기 동안 법식(法食)을 많이 했겠지요. 그런데 법식을 많이 했다고 해서 다 소화되는 게 아닙니다. 나의 영성과 정신을 위한 법식을 한 후에 반추를 통해 그것을 나의 지혜와 선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나의 정신을 맑히는 동력이 생깁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퇴고(推敲)를 합니다. ‘적벽부’라는 명문장을 쓴 소동파라는 사람이 있는데, 명문장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쳐 썼던지 버린 종이가 벽장 안에 가득했다고 하죠. 이와 같이 여러분들이 퇴고나 반추의 정신적 작용을 통해서 한 학기를 놓고 그동안 살아왔던 것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어찌됐든 우리가 가장 많이 반추해야 될 것은 서원입니다. 서원에 일탈이 되었는지, 서원 정신으로 잘 살았는지, 혹은 서원을 굳히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방학기간 동안 잘 반추해보길 바랍니다.(102.06.18 원불교학과 서원관 해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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