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닌 몸과 마음
마음지도하는 의사 장유은 씨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바삐 이어지던 발걸음이 잠시 멈춘 점심시간.
 진료실도 비로소 한숨을 돌리는데…. 침묵 사이로 그와 직원들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몸 공부를 하는 의료진들에게 마음공부는 꼭 필요해요. 몸과 마음은 다르지 않거든요.” 오늘도 이렇게 바쁜 하루의 쉼표를 찍는 장유은 원장(사랑재활요양병원, 여수교당)이다.

마음지도사 의사

 “올해부터 병원 직원들에게 명상지도를 하고 있어요.”
 원광대학교 마음 인문학연구소 부설 여수마음학교에서 아내와 함께 마음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중 유일한 쉼일 수도 있는 점심시간에 직원들의 명상지도를 하게 된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마음공부와 선을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진리가 확실해졌던 것. 직업이 의사인 그에게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명상에 대한 교재를 만들어 명상지도를 하면서 확신은 더욱더 선명해졌다.
 “가르치는 게 저에게도 큰 공부가 되었어요. 특히 새로이 알게 되는 게 많았는데, 우리 좌선법이 그랬지요.” 다른 명상서들과 달리 5쪽으로 극히 간단히 설명되어 있는 원불교 좌선법. ‘명상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명상은 왜 중요한가?’란 질문을 원불교 좌선법에 연결하면 쉽게 답이 나왔다. ‘좌선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쉬워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한 대종사님이 아니던가. 선에 관심이 많아 일찍부터 불교서적을 탐독했던 그에게 의외로 답이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과외 한 번 한 적 없이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원불교 덕이었어요. 바로 입정(入定)이었지요.” 수업시간 전이나 시험 전에 마음을 모아 입정에 들어보라 했던 교무님의 말씀을 실천했던 것. 수업 전, 30초의 짧은 입정이 그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몸은 마음을 따라가요. 마음공부를 하면 몸 공부까지 저절로 되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마음이 편해야 환자를 더 잘 보살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렇기에 ‘간단하고 쉬워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우리의 선법을 더 대중화·생활화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 직원들과 함께 하는 명상수업을 더 발전시켜, 우리 좌선법에 관한 책을 쓰고도 싶다고. 그는 좌선이 교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다.
 “<원불교교전>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마음관리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법까지 나와 있어서요.” 무엇보다 의사로서 사람을 귀이 여기도록 하는 불공의 정신을 알려 준 마음공부와 선. “앞으로도 공부밖에 답이 없다.”며 웃는다.

일원부부가 만든 일원가족

 이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자녀들이 신심있게 자라는 것이었다.
 “바른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진리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였을까. “종교를 갖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바로 다음날 가족을 모두 데리고 교당을 찾았다는 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입교해 학창시절을 교당에서 보낸 그에게, 교법은 생활지침서와도 같았다. 다행히 교무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아내 정호인 씨도 그의 결정을 반겼다. 일원가족이 된 그들은 저녁마다 둘러앉아 교전을 읽었다.
 “아이들 한글공부를 교전으로 했어요. 교전을 또박또박 읽으며 교법과 한글을 익혔지요.” 자녀들이 자연스레 일원상 서원문과 일상수행의 요법을 익히는 사이, 부부도 원불교 교육법을 실천해 나갔다. ‘하지마~’가 아닌 ‘해봐~’라고 말하며 채근하는 대신 믿고 기다려준 것. 교법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됐지요. 인성교육도 되었고요. 키우는 동안 한 번도 부모를 힘들게 한 적이 없었어요.” 아내 역시 그의 든든한 법동지가 되었다. 전·현직 교도부회장이자 여수교당 합창단원, 마음공부학교 동기로, 공부와 교당일을 함께하는 것이다. 더구나 부부의 꿈은 서로 닮아, 몇 년 전 남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심을 내 땅을 희사했다. 이것이 씨앗이 되어, 마음공부를 위한 건물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부부의 바람이다.
 “교법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주었다.”며 여전히 더 나누고 싶어하는 아내. 그리고 그런 그녀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법향이 짙게 풍겨온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