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넛셸>

젊고 아름다운 여인 트루디에게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시를 쓰는 남편 존과 부동산 개발업자 클로드. 존의 아이를 임신한 트루디는 존과 별거 중이면서 클로드와 불륜 중입니다. 그리고 존과 클로드는 형제간입니다.

 그렇다면 이 불륜을 전해주는 소설 속 화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트루디 배 속에 있는 태아입니다. 이 태아는 뱃속에 꼼짝없이 갇혀(?)있지만 라디오와 팟캐스트 강의를 듣기도 하고 국제정세와 고전문학에도 해박합니다. 이 태아는 트루디와 클로드가 존을 몰래 살해하고 존의 저택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까지 모두 듣고 있습니다.

 소설 <넛셸>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어머니와 삼촌이 불륜을 저지르며 아버지를 독살하는 내용이 바로 <햄릿>에 나오죠. <넛셸>의 태아 역시 햄릿 마냥 모든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아니, 태아일 뿐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태아 역시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합니다. 과연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 치달을까요.

 <넛셸>을 쓴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1975년 데뷔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서머셋 모옴 상을 받고 그 이후로도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 소설인 <속죄>와 부커상을 수상한 <암스테르담>입니다.


영화 <군함도>

 영화 <군함도>의 배경은 1945년 일제강점기입니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를 휘어잡은 깡패 칠성(소지섭), 온갖 모진 경험을 한 말년(이정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환경 속 각자의 사연을 가진 조선인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에 가는 배에 올라탑니다. 하지만 이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지옥과도 같은 막장이었습니다.

 해저 1km 깊이에 40도까지 치솟는 온도의 막장에서 조선인들은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2차 대전이 점차 막바지로 치닫자 무영(송중기)을 포함한 독립군이 군함도의 조선인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잠입을 합니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군함도의 광업소 소장은 모든 만행을 덮기 위해 섬 전체를 폭파시키려 하고 조선인들은 집단 탈출을 시도합니다.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고 불리는 이 섬의 원래 이름은 일본 나가사키 현의 하시마 섬입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800명, 비공식적으로 2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강제로 끌려가 죽음보다도 고통스러운 노역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본은 이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고요.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이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지옥과도 같은 탄광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영화의 배경은 곧 역사적 사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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