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놓아 버리자

글. 한덕진 신림교당

 나와 일한 지 열 달이 된 27세 젊은 팀원은 말수가 적고, 권유나 질문에도 큰 반응이 없다. 좀 답답하고 무뚝뚝한 성격을 가졌다. 그래도 나는 그의 관심사에 맞춰 대화를 자주 하고, 그가 좋아하는 커피도 종종 사 주며 좀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덕분이었을까. 말수가 비교적 많아지고, 가끔 나에게 농담도 하면서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태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 배려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야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지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요법’에 관한 교무님의 설법을 들었다. 그리고 난 뒤 내가 내 노력에 대한 상(相)에 집착하고, 변화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을 바랐지만, 그의 입장에선 내가 그를 인정하지 않고 변화를 강요하는 권위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변화가 단시간에 바뀔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작은 노력으로 큰 결실을 바라고 있었다.

 앞으로는 있는 그대로 그의 모습을 인정하고, 격려하고, 또 그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고 성심으로 불공해야겠다.

칭찬 한 마디의 힘

글. 이법현 종로교당

 원기 102년을 맞이해 ‘청년회장’이라는 직함을 인계 받은 나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 긴장했고, 청년 법우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부회장으로 몇 년간 활동하면서 바꿔보고, 시도해보고 싶었던 부분들을 목록화했다. 그 중 매달 기도문을 준비하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유무념 대상이었다.

 기도문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해진 틀에 따라 청년 모두의 바람을 내용 깊숙이 담는 것이었다. 청년회장으로서 내 개인적인 목적과 함께 청년들의 간절한 소망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기도문을 어렵게 준비하고 낭독한 뒤, 나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챙김’의 유념을 지속했다.

 우리 모두의 서원으로 한 달을 잘 보내기를 염원하며 매달 기도문을 작성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도 교무님께서 “기도문 잘 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공심으로 하던 것인데, 뜻밖에 칭찬을 받으니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더욱이 그 한 마디는 기도문을 더 간절하게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뒤로도 그 말은, 일의 종류를 막론하고 내가 무슨 일을 하든 큰 격려로 남아 나를 북돋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지금보다 더 진급하기 위해 우리 종로교당 청년들 모두, 일념으로 기원하고 연마할 것이 기대된다.


심야택시

글. 양도인 안암교당

 오늘도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택시 콜이 잡히는 순간 택시가 이동하는 것이 GPS로 보인다. 보통 회사에서 밤에 부르면 1, 2분 안에 바로 택시가 온다. 이번에도 역시 2분 거리에 있는 택시가 잡혀서 사무실을 정리하고 내려갔는데, 택시가 오지 않는다. 위치를 확인해보니 자꾸 회사 옆 골목에서 왔다 갔다 하며 헤맨다. 짜증이 확 솟았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기사님에게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원망심이 났다.

 텅 빈 깜깜한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다가 아차 싶었다. ‘아 택시기사님이 바로 부처님이구나.’ 만약 내가 기사님한테 화를 내서 기사님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거나 해코지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운전을 미숙하게 해서 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 택시 기사님은 정말 나에게 상벌과 죄복을 줄 수 있는 권능 있는 존재인 것이다.

 짜증이 나고 원망심이 났을 때의 내 마음을 돌아보면, 내가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니까 당연히 택시는 빨리 와야 한다는 소위 ‘갑질’하는 중생심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내가 돈을 내기로서니 기사님은 내가 하대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며, 그 누구도 내가 하대하고 함부로 할 수 있는 대상은 없다. 오히려 모두가 나에게 죄와 복을 줄 수 있는 부처님인 것이다.
오늘 심야택시를 통해 ‘처처불상’에 대한 수업을 받았다.

워~워~ 이러시면 안 됩니다

글. 배유진 밀양교당

 유치원 차량 운행 중 20분이 지났나, 배가 꿀렁꿀렁 아프기 시작했다.
 큰일 보기 전의 신호인 것 같아 살짝 불안했다. 괜찮겠지! 아직 15분 정도 운행을 더 해야 하고 원아도 몇 명 남았는데…. 그러다 3~4분이 지나면서 또 신호가 왔다. ‘워~워~, 저기요,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조금만 참아주셔요~!’ 하고 배를 어루만지면서 운전을 했다.
조금 있으니 식은땀이 났다.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앗! 경계다. 그 순간, 지금 상황에서 내 처지가 처량하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경계를 알아차리니 묘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다음 코스 차량시간 때문에 중간에 차를 세울 수가 없다. 그 생각 때문에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심이 든다. 일어나는 마음을 바라보니 요동치는 배가 조금 진정이 된다.

 그때 인솔 선생님께서 말을 하신다. “선생님, 마지막 코스에서 내리는 ㅇㅇ은 없습니다. 유치원으로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사은님, 감사합니다!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시청 뒤 수영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시원하게 큰일을 치렀다. 오늘 따라 공용화장실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더 크게 와 닿았다.


괜한 원망심

글. 김대윤 예비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저녁 심고 후 공부한 녹음파일을 정리하기 위해 녹음기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파일을 바탕화면에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화면이 온통 까맣게 변했다.
 
 모니터 전원도 껐다 켜보고 본체 전원도 다시 켜보았다. 하지만 계속 까만 화면이다. ‘바이러스인가? 바이러스가 있다고 떴었는데. 아니면 A교우가 쓰던 녹음기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B교우가 한글파일을 설치 해 준 후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말했었는데, 혹시 그것 때문인가? 이래서 전문가한테 맡겨야 하는데…. 고치러 가야하나? B교우한테 네가 이렇게 만든 거라고 말해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 중얼거리며 검색해보니 대체적으로 포맷 후 윈도우를 재설치하라고 한다. ‘포맷하러 가야하나…. 바쁜데. 녹음파일만 아니었어도! 한글파일 바이러스만 아니었어도!’ 괜히 신경질이 난 마음으로 사이트들을 좀 더 뒤적거리다 보니 ‘F8키를 눌러 안전모드로 들어가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혹시나 해서 F8키를 눌러보았더니 화면이 잘 보인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두 교우를 원망했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상황에 따라 감사가 되기도 하고 원망이 되기도 하는 파렴치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마음을 더 세밀히 바라보며 나의 상태를 여실히 살펴보고 그렇게 더욱 힘을 갖춰 감사생활로 바꿔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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