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돼

글. 유영상

 나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항상 취업 걱정에 살고 있지만 꼭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걸 찾는데 얼마가 걸리든 계속 찾아볼 생각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항상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찾아보고 해보면서 살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기타연주를 했고, 고등학교 때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외국에서 공부가 해보고 싶어 교환학생이 되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 여행과 영화 감상이었기에 최근에는 여행, 영화 동영상 제작에 관심이 생겨 차곡차곡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행복하고 재미있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올해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면 인생이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

 항상 하고 싶은 것만 해온 건 아니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왜 해야 하나 항상 의문이었다. 그땐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제로 자율학습을 해야 했다. 나름 힘들게 공부를 하긴 했지만 결국 재수를 한 번 했다. 공부가 너무 싫고, 한번 치뤄 본 대학입시에 지친만큼 재수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수능 언어, 수학, 영어, 사회는 정말 따분하고 하기 싫은 공부였다. 매일 앉아서 책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은 고문이었다. 개인적으로 21개월의 군복무보다 8개월의 재수 기간이 훨씬 힘들었다. 그렇게 재수를 해서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또 공부를 해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행복하고 감사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인생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반대로 억울하고 힘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끊임없이 억울하고 힘들어 질 것이다.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면 철이 든다고 한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국경에서 21개월간 산만 보고 살다 보니 전역하고 나서는 뭐든지 다 재미있었다. 휴가 나와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행복하고 기뻤다. 그 마음가짐으로 복학을 하니 수업내용도 재미있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꼈다.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감사함을 느끼다 보니 생각 자체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수업내용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다 보니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고 덩달아 성적이 잘 나와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부터 취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걱정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자이언티의 ‘COMPLEX(feat. GD)’ 라는 노래에서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돼”라는 가사가 요즘에 너무 와 닿는다.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듯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살아보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술

글. 이진환

“이건 안주로 먹으면 딱 좋겠네~.”
우리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종종 하는 말씀이다.
우리 엄마는 술을 좋아하신다. 소주, 맥주, 소맥, 양주, 막걸리 등을 모두 잘 마시고 가리는 술이 딱히 없다. 그런 엄마를 둔 나 역시 술을 좋아한다.

 엄마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게 친구와 술 먹는 것보다 즐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집에 들어갈 때 맥주 한 두 병을 사가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드라마가 엄마와의 대화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유쾌하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장난도 치고 말장난도 하는데, 그때의 엄마 반응이 꽤 귀여워서 자꾸 더 장난을 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머리를 잡고 응징(?)한다. 이런 상황들은 꼭 초등학생 때 여자아이들을 건드리고 맞으면서 좋아했던 내 자신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그게 또 웃기다. 엄마와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가끔은 형이 안주를 만들어 와서 같이 자리를 함께하기도 한다. 여기에 아버지까지 한 잔 달라고 하며 모이면, 가족 6명 중 성인 네 명이 모인 밤 문화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와 술을 마실 때 항상 장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취업준비 중인 나에게 힘내라고 구체적으로 응원해주시기도 하고, 문제가 있을 때에는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 인간관계 문제에 대한 상담을 할 때에 엄마는 원불교 공부를 근거로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해답을 내려준다. 그럴 때는 ‘원불교가 이렇게 실용적인 종교구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스무 살이 한참 넘은 지금, 내가 부모님을 따라서가 아니라 내 발로 원불교를 다니는 배경은 이런 술자리 가르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야기의 꽃이 피며 분위기에 한창 젖어들었을 때,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다음날에 절대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자리를 그만 끝내자고 하면 정리하는 것은 형과 내 몫이다. 엄마는 “오늘 주방영업은 끝났으니 알아서 치우고 자라.”고 하며 “내일 아침에 꼭 제시간에 일어나라.”는 말을 남기고는 방에 들어가신다. 형과 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내일 꼭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엄마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신 엄마는 아침 6시면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정확히 7시가 되면 우리를 깨운다. 그럴 때 나는, 엄마에 대한 감탄과 함께 ‘5분만 더….’ 하는 원망심이 같이 든다.
이렇듯 우리 집에서의 ‘술’은 가족 간 하나의 친목문화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계문이 떠오른다. 계문에는 ‘연고 없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가족끼리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은 ‘연고’가 되는 것 아닐까 하고 내심 생각해 본다.


함께의 가치

글. 김솔

 새내기로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3학년이 되어 졸업 학술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6명씩 한 팀이 되어 논문을 준비하는데,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장이 되고 말았다. 생에 처음 써보는 논문이라 부담감이 큰 데 조장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싫은 마음이 가슴 한 켠에서 올라왔다. 그래도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첫 모임을 가지고 조사, 정리, 발표 등의 임무를 나누고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1차 조사를 정리해 떨리는 마음으로 교수님을 찾아 갔는데, 아직은 부족함이 많다는 말씀을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조장으로서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처음보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우울해 하고 있는 그 때다. 옆에 있던 5명의 조원들이 말했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고, 논문도 처음 써보는 것이니 잘 되지 않는 게 당연한 거잖아~. 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잘 해보자!” 조원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함께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우리는 논문의 틀을 차근히 완성해갔다. 우여곡절 끝에 첫 논문이 완성되었고, 발표날이 되어 다른 조들과 교수님 앞에서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다. 잘한 조를 선발하여 시상을 한다고 하기에 내심 기대도 했다.

 아쉽게도 순위 안에 들진 못했지만 졸업논문 발표를 통해 상보다 가치 있는 것을 얻었다. ‘더불어 하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함께’의 가치였다. ‘혼자서 논문을 썼다면 과연 지금의 결과를 냈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혼자 힘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 나를 생각하기 전에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앞에 나타나더라도 자신 있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졸업논문을 함께 준비한 조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졸업을 앞두고 이제 한 학기가 남아 있다. 동기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국가고시를 통과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야!”


감사는 나를 새롭게 한다

글. 이현경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맑은 날이 계속되었다. 바빴던 일정이 끝난 일요일은 내게 고마운 휴일이었다. 집 안에만 있다가 쓰레기도 버리고, 주변을 정리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도 돌렸다.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그러다 갑자기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바깥 날씨는 정말이지 푹푹 찌는 듯했다. 나는 카페라테를 마시고 싶었다. 가까이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아이스 카페라테를 시켰다. 카페 사장으로 보이는 체격이 좋으신 분이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카페 안을 둘러봤다. 한쪽에 놓인 다양한 베이글, 액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모두 취향과 애정이 느껴졌다. 바로 앞에선 사장님이 내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사장님이 플라스틱 투명한 컵을 집고 음료를 넣으려는 찰나였다. 나는 “더 큰 컵 있나요?”라고 물었다. 사장님 손에 쥔 그 컵이 내 눈에 유난히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아메리카노는 큰 컵이 있는데, 다른 음료는 이 컵사이즈 하나뿐이라고 했다. 얼음이 적게 들어가서 양은 큰 컵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셨다. 사장님은 내게 커피를 건네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했다.

 카페 밖을 나서니 더운 공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약간 미지근했다. 조금씩 커피를 마시면서 길을 걸었다. 어찌 됐건 기분이 좋았다. 집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천천히 다 마셨다. 온전한 커피 맛을 끝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사장님의 말씀을 체감할 수 있었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나는 다시 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번엔 카메라를 들고 소나무가 많이 있는 곳으로 갔다. 풍경이 좋았다. 사진도 찍어 보고, 흔들 그네에 혼자 앉아 있기도 했다. 주위엔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런 때가 좋았다. 운 좋게 참새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참새는 고개를 많이 움직이고 두 다리를 종종거리며 가볍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날은 덥지만, 오후 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아서 좋다. 느릿느릿 움직여도 아직 하루가 가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는 듯하니까.

 아까 왜 기분이 좋았을까 생각해 보니, 내 마음속에 드는 생각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커피 한 잔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됐다. 내 고마움이 커졌다. 고마움조차 내 기쁨이다. 또한,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지 않으니, 자연 속에서 쉼을 얻었다.

 집에 들어가니 빨래도 금방 다 말라 있었다. 여유로운 날이었다. 감사는 나를 새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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