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과 발라드로 부르는 원불교 창작 성가
원음방송 프로젝트 앨범 ‘Favor’의 박래준 음악감독

취재. 정은구 객원기자

“전주에서 열린 ‘2016 세계종교문화축제’ 공연이 아직도 기억나요.”
랩과 노래가 어우러진 창작 성가로 재탄생한 ‘우리 우리 은혜 속에’가 울려 퍼지던 축제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넘기니, 생각지도 않은 ‘떼창’이 이어졌다. 정복을 곱게 차려입은 교무들의 열성적인 떼창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즐거웠다는 박래준 작곡가(42세, 가수·마블러스뮤직 대표). 정말 깜짝 놀랐다며 웃는 그의 목소리에 유쾌한 즐거움이 묻어난다.

신나는 창작 성가

 “사실 누군가 저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딱 뭐라고 단정 짓기가 애매해요.” 곡도 쓰고 노래도 한다. 하지만 음반 제작이나 공연 연출도 하고, 학교 강의도 나간다. 20년째 음악을 해온 그는 다방면으로 활동 중.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6년 1월 8일 원음방송에서 발매한 프로젝트 앨범 ‘Favor’의 음악감독이라는 점이다.
1년 반 동안 제작한 이 앨범에서는 일원상서원문을 힙합과 발라드로 부른다거나, 기존의 성가를 편곡해 랩과 접목시키기도 했다. “청소년기는 종교에 대한 확신보다는 고민을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교화의 대상이어야 하고, 이 음반도 어린 층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 ‘Favor’는 그러한 생각을 입증하듯, 다양한 장르로 대중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공연을 다녀보면 청소년들이 다가와 ‘노래 좋은 것 같아요. 자주 듣고 불러요!’라고 말한다니, ‘취저(취향저격)’에 성공한 셈!
“총 열 곡인데, 타이틀인 ‘어두운 길 혼자 거닐듯’은 교도님들이 쓴 글로 가사를 만들었어요.” 교도들에게 자신의 글이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전달하면서, 원불교 100년을 기념하는 앨범의 의미까지 살린 것. 공연 때 가장 요청이 많은 ‘일원상의 진리(Hiphop Ver.)’나, 누구나 열심히 따라 부르는 인기곡 ‘우리 우리 은혜 속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이렇게 신나는 창작 성가를 만들어낸 그는 사실 원불교 교도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앨범을 만들며 원불교 교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일원상서원문은 천 번 이상 읽었어요. 그러자 그 뜻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원음방송 PD나 작가들에게 설명을 듣고, 원불교 홈페이지를 보며 이해하고 공부하며 앨범을 제작했지만 처음엔 홍보가 잘 안되었단다. “그래도 2년 정도 지나니까 알아주시기 시작하세요. 특히 청소년들 관련 행사를 가장 많이 다닌 것 같아요.”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보컬트레이너 강사로도 원불교 행사에 함께 한다는 그. “교화박람회에서 교무님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가르쳤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음악적인 관심을 늘려야 다양한 성가 작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음방송 라디오에서 ‘래준의 심쿵 뮤직카페’ DJ로 활동한 1년간은 교리를 듣고 멘트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원불교의 교리가 좋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원음의 소리 ‘래준의 Sound of Healing!’에서 마음공부를 위한 음악을 추천하고 있다고.

쉬운 교리로 가사를

 “사실 저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려고 해요. 제가 공대를 나와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공대를 졸업해서 가수를 한다는 말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대학 때 밴드 활동을 하고, 이후 연예기획사 연습생 생활도 했죠.” 캔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가수의 코러스, 공연을 함께하기도 했다는 그. 거기에 영화음악이나 CM송, 드라마 OST 등에 참여하며 개인 앨범 활동을 이어왔단다. ‘며느리 전성시대’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시기엔, 방송 전날 녹음실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적도 있었다. “두 시간 만에 녹음을 끝냈더니, 다음날 제가 부른 OST가 드라마에 나오더라고요.” 최근엔 한류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후에를 다녀오고, 원광대학교 드론 페스티벌의 총 기획을 맞아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는데…. 얼마 후 방영될 MBC드라마의 OST 작업도 들어갔고, 매주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강의도 한다.
“원불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믿고 느끼는 종교라고 생각해요. 어떤 한 가지가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다만 좀 쉬웠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 특히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 친구들을 교화하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는 것. 나아가 쉽게 풀어낸 교전으로 곡 작업을 하면 좋겠단다. 때마침 또 한번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는데…. “두 번째 창작 성가 앨범이 만들어진다면 기꺼이 참여할 거예요. 그때는 교리 말씀을 엮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명쾌한 그의 대답만큼이나 기대감도 커진다. 다음 앨범은 또 얼마나 ‘취저’일지!

※ 창작 성가 ‘Favor’는 멜론·벅스뮤직 등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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