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에서 만난 아이들
‘교무님=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었던 것은 소성리에서 수많은 교무님들이 쌓아준 노고가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글. 박화영

 어린이날 연휴에 성주성지를 다녀왔다.
 연휴를 맞이한 성주성지는 평화캠핑촌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평화캠핑에 참가하여 산골마을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냥 기특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떻게 하면 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을까? 어떻게 저 아이들에게 원불교를 알게 해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마침 차 안에 엽서용지가 넉넉하게 있는 게 떠올랐다. 그렇게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캘리그라피로 써주는 이벤트 장을 열었다.

 쭈뼛쭈뼛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아이들은 점점 몰려들었다. 나는 “저는 원래 경찰이 꿈이었는데요, 여기 와서 보니까 경찰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 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공명정대한 판사 ○○○’라고 써 주었다. “그냥 엄마가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엄마처럼 자비롭고 현명한 사람 ○○○’,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명의 ○○○’라는 식으로, 아이들이 좀 더 구체적이면서 인간다운 꿈을 꾸기를 기도하며 정성껏 글씨를 썼다.

 그러던 중 한 중학생이 나에게 다가왔다. “저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데, ‘공부 안 해도 돼.’라고 써주시면 안돼요?” 나는 “오호! 그거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인데?”라고 맞장구쳐 주고는 엽서에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이의 인생! 공부가 전부는 아니야.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살자!’라고 썼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귀찮은 듯 했던 아이의 표정에 환희가 가득 차올랐다.

 내 주변에 몇몇 아이들이 눌러앉았다. “교무님! 저 이거 써 봐도 돼요?” “교무님! 엄마한테 이거 선물하고 싶은데, 써 줄 수 있으세요?” 하며 이것저것 요구를 하는 아이들. 함께 놀며 글씨를 써 주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나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교무님은 참 착한 사람인 것 같아요.” “왜~?” “저희들이 이렇게 귀찮게 하는데 화 안 내고 웃어주시잖아요.”

 그 자리에는 원불교를 전혀 모르다가 소성리에 와서야 ‘원불교’와 ‘교무님’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아이들의 입에서 ‘교무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교무님=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었던 것은 긴 시간 소성리에서 수많은 교무님들이 쌓아준 노고가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내 옆에서 줄줄이 모여 앉아 경쟁하듯이 교무님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즐거운 자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는 그 찰나, 한 아이가 급하게 나를 붙잡더니 수줍은 표정으로 종이를 내민다. ‘밝은 해님상, 박화영, 위 교무님은 항상 밝은 해를 가지고 다니길.’ 세상에서 가장 큰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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