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빠져 보믄 일어나는 법도 아는 법이여!

글. 지정남

길다믄 길고 짧다믄 짧은 3년이 훌쩍 지나가부럿다. 엊저녁 졸업발표회 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본께 수많은 기억들이 지나감서 맘이 쐬허드라.
너를 처음 이 학교에 보낼 때가 생각이 난다. 너를 기숙사에 띠어놓고 집에 가는 차 속에서 엄마 눈물바람 꽤나 했이야. ‘품안의 자식이란디….’ ‘아이, 뭔 아직 애기를 기숙사에 벌써 넣부러?’ 주변에서 요런 말도 많았고, 엄마 스스로도 ‘내가 넘다 독한 엄마다냐….’ 하고 묻곤 했다.
입학시켜놓고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이다보고 있고, 061이 찍힌 전화 못 받았을 때는 한숨 나고, 눈물이 절로 나드라. 뭣헌다고 내 새끼 전화를 못 받았을꼬. 그런 날은 잠도 못 잤시야.
너도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것제. 온 집안이 니 위주로 돌아가던 세상 살다가 얼매나 팍팍했을까 싶다. 텔레비전도 니 보고 싶은대로 보고, 음식도 니 묵고 싶은대로 묵던 세상 살다가 새로운 친구들허고 마음 맞춰야제, 합의해야제, 룰도 지켜야제. 너도 애 많이 썼다.
세상살이 혼자는 절대 못 사는 법이라, 몽당몽당 모여서 서로 치고 박고 싸움서 배워갔것제. 다른 중학교하고는 다르게 하루 24시간 붙어살아야 되니 그 과정이 처음에는 얼매나 보대꼈으까 싶다만은, 느그들 얼굴을 서로 쳐다봐봐. 아이 서로 봐봐야. 그래. 그냥 얼굴만 봐도 웃음나고 좋제?
그려. 어린 느그들이 기숙사 생활을 함서 이것저것 많이 배왔을 거이다. 특히나 ‘콩 한쪽을 열이 노나 묵고 우물에 던진께 퐁당 소리가 나드라.’는 그 이치를 알았을 것이여. 뭐 하나를 묵어도 여럿이 노나 묵어야 좋고, 뭣이든 여럿이 하믄 혼자 한 놈보단 훨썩 낫다 이 말이여. 이것은 다른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것이다이.
아이, 세상 어느 것 하나도 그냥 크는 법은 없이야. 해가 쨍쨍하는 날만 있어도 농작물이 지대로 못 크는 법이다.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맞아야 단맛도 들고, 더 짱짱해지는 법이다이. 사람살이는 말할 것도 없제. 3년 동안 맘 안 맞아서 속상하고, 그래도 또 친구들이 좋고, 선생님들한테 야단 맞으믄 집에 가고 잡고 여러 생각을 함서 다듬아졌것제.
그람서 너나 이 엄마나 자빠지고, 물팍 깨짐서 더 짱짱해졌다. 얼마나 감사할 일이냐. 근게 앞으로도 시방같이로 살믄 되아. 고등학교 가믄 또 새로운 사람 만나야제, 마음 맞촤야제, 뭐 해야제…. 깝깝할 거 같에도 너는 이미 잘해왔은께 또 잘할 것이다.
긍께 고등학교 가서 기죽을 거 하나도 없이야. 허든대로 허믄 되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믄 다 나한테  돌아오는 법이여. 마음의 경계! 잘 알제이?
자빠졌으믄 탈탈 털고 그냥 인나믄 되아. 자꼬 자빠져 보믄 일어나는 법도 절로 아는 법이여. 그랑께 기죽을 거 없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어딨다냐. 건강하게 유쾌하고 발랄하게 고등학교 생활 잘 즐겨라이. 알았제?
집에 가기 전에 식당 엄마 한 분 한 분 꼭 인사하고. 잘 맥여줘서 고맙다고. 세상에서 젤 큰 공이 뭔 줄 아냐? 밥 주는 공이 젤 큰 공이여.
워따 이야기가 길었다. 다들 사랑헌다.

2017년 1월 7일,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너를 낳은 것이라 늘 생각하는 엄마가.

* 위 글은 국악하는 지정남 님(성지송학중학교 오재현 학생의 엄마)이 성지송학중학교 졸업식에서 아이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국악 입말체로 적어 읽어준 졸업축하글이랍니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