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담 
 류경주 원불교 교정원 기획실장
 채일연 원불교청년회 부회장
 유희정 생태마을 활동가
 고경현 원불교대학생연합회 회장
 김현국 원음방송 PD교무
● 사회 
박윤철 원광대학교 교수교무
● 정리 
장지해 월간 원광 부편집장
● 일시 및 장소    원기 102년 2월 12일, 여의도교당 회의실


종교무용론 시대의 종교


지난 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종교인구 결과’는 종교사회에 사뭇 충격을 던졌다. 무종교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고, 종교인구 순위도 기독교-불교-천주교 순으로 바뀌었으며, 젊은 층의 종교이탈 현상도 두드러진다. 특히 원불교의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이에 <원광>에서는 신개벽포럼을 통해 ‘종교무용론 시대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젊은 층에게 매력있는 종교가 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 편집자 주 -

박윤철 :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종교인구 결과’에 의하면 젊은 층의 종교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결과 발표 후 불교, 천주교, 개신교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불교는 공식적으로 그런 자리가 없었다. 오늘이 그 자리가 될 것 같다.
고경현 : 학교에서 교우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확실히 종교동아리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업에 바쁘고, 직장인들은 직장 때문에 자기 시간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남는 시간을 종교활동보다는 여가 활동이나 휴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유희정 :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지 않나. 무너진 사회시스템 안에서 종교가 기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힘드니까 정신적 가치 자체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 부분은 전 지구적 위기라고 생각한다.
채일연 : 3포, 5포, 7포… 포기가 확산되어가고 전격적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낙제점 성적표를 받아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려고 원청 부회장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하하), 종교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류경주 : 10년 가까이 교화대불공을 교단적 중심과제로 진행해왔음에도 손에 쥐어진 것이 실망스러운 수치라,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종교 인구의 감소는 사회·환경적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시대화·생활화·대중화가 어떻게 구현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임을 통감한다.
김현국 :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그동안 종교인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흥망성쇠하는 이치에 따라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꼭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박윤철 : 이번 결과는 사회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
채일연 : 당분간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걸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진리 탐구의 기능을 과학에서 대체하고 있고, 마음의 문제도 심리치료나 의학이 해결하고 있지 않나. 과거에는 생활의 방식을 종교가 만들었다면, 이제는 생활의 방식 안으로 종교가 적응해 들어가야 한다. 그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희정 : 저는 실지로 어떤 종교의 이름을 내세워서 사람을 만나진 않지만, 종교적인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종교적 색깔이 없는 종교’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의미다. 종교적 언어로 딱딱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종교가 가진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은 ‘아 이거 좋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쉽게 낸다. 실제로 종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서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진리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이나 단위가 늘어나고 있다. 백 년 전 한국에 신흥종교가 생겨나듯이 말이다.
고경현 : 3포, 5포, 7포의 상황에서 종교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부담감이 되는 것 같다.
유희정 : 교당이나 교회의 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개인의 의지에 따라 정신적인 수련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모든 정보가 오픈된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저기 가서 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박윤철 : 미래의 종교가 어떤 기능을 해야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개개인에게 다가온 고통을 해결하고, 또 종교로부터 멀어지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고경현 : 사람들이 지금은 종교를 등한시하고 있지만, 분명 찾을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물질이 빠르게 변화하고 그걸 따라가기 급급하지만 사람이 기계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시점이 왔을 때, 인간으로서의 자괴감이 들면서 ‘내가 기계보다 못한데 왜 살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그런 순간이 오면 결국 종교를 찾게 될 것이다.
유희정 : 하나로 획일화된 큰 덩어리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이 안에 있는 여러 가지의 이야기들을 세포분열하듯이 과감하게 분리시켜보면 어떨까. 여성문제, 권위주의, 물질주의, 이런 것들이 우리 원불교 안에 있지는 않은지 따갑게 이야기해보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채일연 : 지금 나타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의 역설인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사람들이 더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동시에 공동체의 붕괴와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종교는 그런 끊어진 개인들의 관계를 엮어주고 공동체를 복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개인들의 삶에 들어가야 한다. ‘처처불상’이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모두를 부처로 바라보고 있는가?
김현국 : 원불교 집안인데 유학을 하면서 기독교 문화를 접하고는, 선교사를 꿈꾸면서 신학 공부와 선교 활동으로 불타오르는 청춘을 보냈다. 아버지(교무)까지 전도하려고 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원불교 교리 내용을 다시 보고 듣게 되었는데, 모든 종교는 하나이고 포용하는 것이라는 근원 자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저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종교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화합할 수 있을까?’였다.
류경주 : 과거처럼 사람들을 모아놓고 ‘모여라. 법회 보자.’는 구조는 결속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마음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선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등의 형식, 결국 가치 중심으로 사람들을 구성시켜나가야 할 것 같다.
박윤철 : 좌담 준비를 하다가 이런 결론이 났다. ‘어떤 나라든, 어떤 종교든,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면 지속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교단(종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경현 : 젊은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장 큰 계기는 ‘사람’이다. 대학선방에 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이 너무 좋다.’는 피드백이 많다. 원불교 사람들이 좋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유희정 : 교회든 교당이든 시작은 ‘언니, 오빠’다.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끊겼다. 원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청년사회단체에 가보면 서른 살이 되도록 취업을 한 번도 못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회적 관계 맺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불교는 너무 근엄하고 재미가 없다. 청렴하고 깔끔하긴 하지만 하얀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알록달록하고 재밌고, 때론 사고도 치는 무지개 색을 만들어야 한다.
채일연 : 대학원을 다닐 때 독실한 기독교인과 성경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목사님, 동기, 저, 딱 이렇게 셋이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개신교도 정말 매력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알려주고, 내가 위로받고 싶은 내용을 말해준다. 우리는 내가 듣고 싶은 말과 교무님이 해주는 말씀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대종사님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교화단이라는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셨다. 그런데 교당이라는 틀에 묶여있고, 임의로 교화단에 배정이 된다. 뭘 얻고 싶어 하고, 어떻게 살려고 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구성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것이다.
류경주 : 교화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 출·재가 교도 각자가 심층적인 체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수요자 중심의 종교체험을 끌어갈 수 있다.
김현국 : 혜민스님이나 법륜스님은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즉문즉답으로 해결해주고, 그걸 방송이나 SNS로 확산시키면서 불교 자체를 매력적인 종교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교회도 숫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막상 가보면 뜨거운 기운이나 열정이 있다. 천주교를 열심히 다니는 친구에게 뭐가 좋냐고 물어보니까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 하나가 더 있다.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 원불교의 매력은 뭘까? 강남교당에서 근무할 때 목요선방을 했는데, 법회는 안 나와도 선방에는 나오는 청년들이 있었다. 선방하는 친구들 따로, 교리 공부하는 친구들 따로, 단회하는 친구들 따로…. 이건 무슨 말이냐면, 개인적인 특성이 워낙 강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거기에 온다는 것이다. 매력을 각각 다 다르게 느끼고 있다.
고경현 : 요즘에는 원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대물림되는 것 같다. 저도 부모님을 따라 어린이법회를 다녔고, 중·고등학생 때는 학업을 이유로 잘 안 나갔다. 학업을 하다가 힘들고 지쳐서 쉬고 싶은 타이밍이 생겨도 교당이나 원불교가 떠오르지 않았다. 교당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카톡방에서 감사 일기를 쓰거나 하루에 한 가지 은혜 찾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원불교와의 끈을 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희정 : 작년에 100주년 행사도 있고 해서 생태공동체를 같이 만든다든지, 다종교인들과 이야기하는 행사를 갖는다든지, 원불교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모두 실현이 안됐다. 특히 그런 의견들이 단계를 넘어가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위계적인 질서에 고착화된 제도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채일연 : 지금의 교당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단순히 구석진 데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닫혀있는 교당이 너무 많다. 또 어떤 4년제 대학생이 <원불교교전>을 처음 본다면? 아마 한 장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그 내용이나 컨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너무 형식적이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남짓 되는 법회 시간에 17~20개의 식순이 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식순 하나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법회시간이 너무 고정되어 있다. 청년이 일주일에 한번 그 시간에 오지 않으면 법회를 볼 수 없다.
류경주 : 이번 교정에서 정책적 테마 중 ‘교화구조 혁신’의 서브테마가 ‘미래형 교화모델’에 대한 연구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래사회에 어떤 교화 패턴이 유효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행아웃온라인교화단을 일 년 동안 운영해본 것도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다.
김현국 : 우리의 교법이 시대적이고 생활적이고 대중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이걸 공부하고 실현해내는 교당과 사람들이 얼마나 시대화·생활화·대중화 되어있는가에 대해서 반문을 해본다. 오십 년 전의 교당생활에 맞게 정착해서 살아가시는 분들에게는 그 당시에 맞게 시대화 된 종교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사회가 변했는데 왜 안 변합니까?’라고 한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령화가 되면서 모든 조직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젊은 재가·출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서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 그 다음 생활화의 문제다. 우리가 종교연합활동에 가서 원불교 자랑을 엄청나게 하면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법회를 보고 나서 “뭐예요. 이거 왜 안 맞아요. 다르잖아요.”라고 따진다. 마지막으로 대중화다. 미디어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원불교는 여전히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종교다. 우리 안에선 4대 종교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충분히 많이 알려야 한다.
박윤철 : 재가·출가, 지도부·비지도부를 막론하고 전 구성원들이 ‘현재 원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위치와 현실에 놓여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
고경현 : 최근에 교전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참 많다. 그런데 교전을 펴려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든다. 내용이 어렵다. 청년들이 읽기 쉬운 책이 필요할 것 같다.
유희정 : 교도가 아닌 생태활동가가 영문판 <원불교교전>을 보고는 ‘우리가 추구하려는 근본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너무 좋고, 편하고 쉽게 표현되어있다.’고 이야기 하더라. 이건 우리가 가진 법이 표현만 조금 달리하면 사람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소태산 대종사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과의 공부모임 자리에 <소태산평전>을 그냥 던져놨더니 소설로 알고 읽으면서 너무 좋아하더라.
채일연 : 언어문제에 대해 저는 변화가 이미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3년 전부터 종법사님 신년법문 내용에서 한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우리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언어로 바뀌었다. 지금은 원불교를 다니지 않는 어떤 교도가 ‘신년법문을 봤는데 너무 이해하기 쉽고 와 닿아서 좋았다.’고 하더라. 이런 변화들을 좀 더 확장하고 확대해가면 더 좋은 성과들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김현국 : 영문판 교전 이야기에 백 프로 공감한다.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영어권에서 나왔다. 한자는 하나도 모른다. 천지하감지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영어 교전을 봤다. ‘Watch of us. 아, 우리를 보살펴주는 것이구나.’ 이렇게 공부를 했다.
류경주 : 언어적인 접근과 관련해서는 주석 교전이 예정되어 있다. 늦어도 내년 초쯤 발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청소년국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교화교재 개발 시도를 하고 있다.
박윤철 : 매력 있는 원불교가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고경현 : 가장 먼저 대중성 확보가 중요하다. 원불교 다닌다고 하면 ‘그게 뭐야?’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어떤 친구는 ‘나 원불교 다녀.’라고 말했을 때 ‘그게 뭐야?’가 아니라, ‘마음 공부하는 곳이야?’ ‘어디 교당 다녀?’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채일연 : 교화에 대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은 법회출석을 몇 번 하고 입교를 몇 명 시킬 것인지 등의 양적 접근을 해왔다. 늘 의문이었다. 교전을 아무리 읽어봐도 원불교 교도를 만들기 위해 원불교를 열었다는 말씀이 없다. 시선을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행복해지게 할까?’라고 바꾸면 교화의 역동성도 달라질 것 같다. 예를 들어 취준생들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데, 우리 교당이 그런 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 교당들이 교화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김현국 : 출가 이전의 제 꿈은 연봉을 억대로 받으면서 외제차 타고 좋은 집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을 벌어도, 직장을 다녀도 괴롭더라. 그런데 교무님은 행복해보였다. 마음공부라는 게 있고, 어려운 사람이 낙원으로 인도될 수 있는 종교, 원불교는 그런 종교가 되려고 한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서 출가를 하게 되었다.
류경주 :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낙원 공동체로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삶’이다. 선천 시대에는 죽임이고 경쟁이었다면, 후천 시대에는 뭐든지 원불교 교법을 바탕한 ‘살림’으로 가야한다.
박윤철 : 내가 꿈꾸는 원불교는 어떤 모습인가?
고경현 : 가만히 있기보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발전하려는 진취적인 자세를 지속했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법회가 아니라, 서로 자유롭게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부자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유희정 : 원불교가 이야기하는 낙원세계에 대한 그림이 구체적이지 않은 게 큰 문제다. 우리가 가진 고정화된 틀에 대해 구조적으로 평가를 해보고 위와 아래, 좌우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쉬운 코드로 구성된, 편안한 접근이 가능한 만남의 자리들도 다양화 되어야 할 것 같다.
채일연 : 다양한 상생의 관계, 성장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원불교가 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젊은 친구들에게 친구 같은 교단, 친구 같은 교당이 되어주면 좋겠다.
김현국 : 현실문제 속에서 정말 힘들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원불교가 되기를 꿈꾼다. 젊은 지도자 양성에 힘써야 하고, 행복한 얼굴을 가진 교무님들이 많아야 한다.
류경주 : 과거에 청소년 교화를 할 때 재미있는 교화를 중심으로 했더니 당장에는 양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단순한 재미 그 외에 종교가 가진 고유한 기능으로서의 거리들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고경현 : 교우회나 청년법회를 담당하는 교무님들의 성향에 따라 법회의 활성도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교무님보다는 밝고 함께하고 소통하는 교무님이 있는 곳이 사람 수도 늘어나고 운영도 잘 된다. 또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같은 걸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 중에 교무와 다른 직업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 고민에 의복이나 결혼문제가 들어있다. 원불교 내에서도 이슈가 많이 되고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유희정 : 우리 종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원불교가 뭐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혁명하자는 종교 아니냐.’고 하더라. 개벽, 곧 혁명을 일으키려면 여러 가지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너무 가지런하다.
채일연 : 지금 처한 현실이 힘들고 어두워 보이더라도 지금부터 잘한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들, 개교의 동기에 나와 있는 모습들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탈 종교적, 탈 권위적, 탈 형식적이 되어야 한다. 이런 좌담을 종법사님을 모시고 가질 수는 없을까?
김현국 : 독립운동도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열정을 바치면서 이뤄냈을 것 같다. 일체 생령을 낙원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로 가슴이 설레고 뜨거워진다.
박윤철 : 원불교사상연구원 역시 젊은 세대들이 숨 쉴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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