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학생과 소통하는 법
청소년문화연대 킥킥 대표, 정진화 교사

취재. 정은구 기자


“도덕이라는 과목이 국영수에 비해 덜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게,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34년째 중학교의 도덕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정진화 교사(법명 형은, 58세, 강신중학교, 여의도교당)의 말. 아무래도 평가나 성적에서 자유로운 과목이다 보니, 연극이나 UCC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새로운학교네트워크 센터장으로, 청소년문화연대 킥킥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중한 아이들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인데, 스스로 그걸 못 느끼고 있어요. 주변에서 그렇게 대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학생들이 경직된 학교 시스템 속에서 사는 걸 보며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정 교사. 때문에 교직에 종사하는 다른 동료들과 몇 시간씩 학교에 대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해왔다.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도 자기 환경을 벗어날 수 없잖아요.” 빈민가에서 살거나, 편부모 밑에서 자라거나,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학생들이 처한 다양한 환경을 살펴보니, 단지 수업시간에 보이는 모습이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
“(사)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선생과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이 합력해서 수직적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는 운동이에요.” 또한 청소년문화연대 킥킥에서는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녀가 직접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잘들논다’나 매달 두 번씩 발행되는 웹진, 청소년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청소년문학상과 문화콘서트까지…. 그려는 이렇듯 다양한 문화마당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겪는 사회의 모든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시켜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만들 수는 있지요.”
그녀가 막 교사가 된 초기에는 한 반 학생이 70명이었다. 그녀는 그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학생들의 환경조사서를 읽으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관심을 기울였던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사회에 나가서도 잊지 않고 연락을 해오면 그보다 뿌듯할 수가 없다. 언젠가 교생실습을 나왔던 실습생 하나는 그녀에게 기억나지 않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음악실 문을 열어주신 덕분에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며 피아노 교사가 되어 나타난 것. 그때 그녀는, 자신이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사는 매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요.”

참 쉽지 않은 종교
‘세계평화, 마음평화, 남북통일.’ 늘 세 가지 소원을 기도하며 살아왔다는 그녀. 그런데 그러려면 나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도 평화로워야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람 간의 갈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원불교는 인간관계에 대해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지표를 알려주죠.”
그녀에게 원불교는 참 쉽지 않은 종교다. “한 주 마음대로 살다가 하루 기도하는 게 아니고, 매 순간 공들여서 자기를 돌아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야 하잖아요. 부처가 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하지만 그게 원불교의 힘이 라고 생각해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퍼져나갈 때 세상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고, 물결처럼 번질 것이란다. “교도가 되고부터는 제가 교도라는 걸 여기저기에 밝히고 있어요.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입학한 것도 그 때문이죠.” 체계적인 경전 공부를 하고자 알아보던 중, 원불교학과에 먼저 입학한 동생의 권유로 함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교리가 좋다는 걸 더욱 확실히 알았기에 이를 주변으로 더욱 알리고 싶은 열망도 커졌다.
“도덕 교과서에는 원불교가 소개되지 않아요. 이 부분을 연구해서 실질적으로 교과서에 다양한 내용이 실리면 좋을 것 같아요.” 초·중·고의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원불교의 역사나 교리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검토해서 교과서에 실리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그녀. “교육 전체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이야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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