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품은 과연 어떠할까?
성선? 성악? 능선능악?… 人性 지켜 나라 안정 되찾아야

글 박정원 월간<산>부장,전 조선일보 기자

인간의 성품은 과연 어떠할까? 원불교에서는 능선능악(能善能惡)이라고 한다. 능히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 본성의 바탕, 즉 자성(自性)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 품성은 성선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인간 성품의 한쪽만을 본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요약하면, 인간은 원래 악하기 때문에 도덕(=善)을 배워서 선하게 된다고 한다. 순자는 사람의 성품이 원래 악한 이유를 ‘사람의 성품은 태어나면서부터 이(利)를 추구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여색을 좋아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이러한 악한 본성을 선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爲)’가 필요하다. ‘위’란 인위(人爲), 즉 인간이 힘써 하려고 하고, 애써 만들어내려고 하여 이루어진 것들을 뜻한다. 만약 인간의 성품을 그대로 둔다면 다툼이 일어나고 쟁탈을 벌여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다. 말 그대로 인간의 성품은 원래 선하다는 것이다. 맹자는 ‘성품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도덕적 인간 존재의 근거’라고 말한다.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은 그의 <심경밀험(心經密驗)>에서 인간의 정신에는 세 가지의 이치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품으로 말하면 착함을 좋아하고 악함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성선설이 나오게 된다. 형평성으로 보면 착할 수도 있지만 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선악이 혼재해있다는 양응의 주장이 나온다. 행하는 일(行事)로 본다면 착한 일은 하기 어렵고 악한 일은 하기 쉽다. 그래서 순자의 성악설이 나왔다. 형평성이나 일을 행함은 본질이 아니므로 그런 성품 세 가지가 우리 정신 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선하다.’
따라서 다산은 인간의 본성을 성품에 따르는 솔성(率性), 본래의 성품을 높이 받드는 존덕성(尊德性)으로 인성을 지켜나간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나라가 너무 혼란하다. 한쪽에서는 촛불을 들고, 다른 쪽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맞선다. 매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벌이는 촛불민심은 석 달을 넘기면서 연인원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태극기민심은 “촛불은 국민 민심이 아니다.”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대립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이 혼란스런 상황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올해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것이다. 탄핵 중인 대통령이 물러나든 복귀하든 상관없이 새 대통령이 뽑힌다.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로가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본인이 적임자라고 선전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안정적인 대통령이 빨리 선출되어 경제가 발전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소박한 꿈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부자도 아니고, 고급차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다이아몬드를 가지는 것도 아닌 온 국민의 화합을 원할 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 꿈은 요원해 보인다. 여차하면 보·혁(保·革) 갈등의 대립으로 인해 더욱 극단적인 상황에 치달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운(國運)상승기라고 하는데 왜 이런 과정을 겪을까. 알 수 없다. 동양학이나 음양오행을 공부하는 역술인들은 현재의 세상은 ‘수(水)의 시대’라고 한다. 수의 시대는 음(陰)의 시대다. 후천개벽 이전의 세상이 ‘불(火)의 시대’이자 ‘양(陽)의 시대’라고 하면, 그 대립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수의 기운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파문과 같다. 이른바 인터넷 세상과 비슷하다. 조그만 파문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수의 세계는 순간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음의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국민들은 수의 시대, 음의 시대를 살면서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도록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이 사태의 본질은 부패한 권력에 있지만, 성선설로 도덕무장을 해야 할 종교인들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 역시 그 부패한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모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래야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소박한 꿈은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다들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나만 잘하면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안정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러질 못했다. 부패한 권력과 부패한 집단이 곳곳에 독버섯처럼 사회를 좀먹고 있었다. 열심히 사는 개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해 파생된 이익을 뒷전에서 누군가가 몰래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감시하지 못했다. ‘공동체사회는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잘해야 모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부패한 권력을 통해서 절감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부자가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최고급 승용차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로 치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제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싶을 뿐이다. 서민은 소박하지만 그런 꿈을 꾸면서 행복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깨달았다. 혼자만의 행복은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주변을 돌아보고 모두의 행복을 영위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절실히 깨달았다. 그게 진정 이 사회, 이 공동체를 위하는 길이고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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