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치료되면 마음도 치료된다

서울역에서 급식을 할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아픈 분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그분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 강명권

오늘은 화요일이다.
사무실에서 바쁜 업무를 보고, 그동안의 일상처럼 사무실 한편에 만들어둔 휴게공간에서 잠을 청했다. 비록 나무로 만든 바닥에 전기 판넬을 깔고 가림막으로 겨우 가린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편안한 장소이다.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하였는데,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40분이다. 남구로역 급식을 하는 동안 몸에 밴 습관에 자동으로 반응을 한 것 같다.
우리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 남구로역에서 일용노동자
들에게 국밥을 드렸었다. 그때는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다. 주민
들의 반대로 국밥 대신에 떡을 나누어 드렸을 때도 새벽 4시부터 준비를 했다. 하지만
구로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반대로 2017년부터는 서울시의 지원금이 없어져 이마저
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이른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건만, 그 동안에 생
긴 습관 때문에 잠이 깬 것이다. 더 잘까 하다가 그동안 하지 못한 선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자리를 고쳐 앉았다.
그러나 늘 떡을 나누었던 5시가 가까워지자 한 생각이 스친다. ‘혹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떡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왜 떡을 주러 오지 않는냐?”는 외침이 귓가에 쟁쟁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국 나는 그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고 말았다. 
시간은 참으로 잘 흐른다. 서울역 급식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째를 맞이했다. 
새해에는 어려운 이웃들과 손길을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무엇을 함께 나누어야 좀 더 도움이 될지를 많이 고민했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다큐 3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30여 년 동안 영등포 쪽방에서 무료로 진료와 약을 지원하는 천주교 요셉병원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요셉병원에는 영등포 지역만이 아니라 지방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찾아온다고 한다.
서울역에서 급식을 할 때마다 만나는 300~400여 명의 사람들 중에는 아픈 분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그분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들을 위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다큐 3일에 비친 요셉병원을 보면서 너무나도 많은 공감과 감명을 받았다. ‘이곳 서울역에도 요셉병원과 같은 병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깊이 파고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셉병원을 통해 육신의 병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되는 모습
을 보며 참으로 닮아가고픈 마음이 든다. 종교의 역할이 심신이 고달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열어주는 것이라면, 요셉병원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도 계속 잘 운영되기를 두손 모아본다.
후원 | 우리은행 1005-202-256361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