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초월한 인연

  글. 김법조 교무

재일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이쿠노구에 위치한 교당. 13평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본인 교화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특히 1995년 일본 사이비 종교의 대표적 단체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 살포 사건으로, 일본인들은 종교라고 하면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종교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역사적 아픔과 갈등, 이념과 국적을 초월하여 만날 수 있는 길은 문화 교류라 생각하게 되었다.2001년부터 시작된 한류 붐은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차회, 설날문화 체험, 테마여행, 한글교실 등을 열어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현재 오사카교당에는 세 분의 일본인 교도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김범수 교수의 인연으로 입교하여 원광대 원불교학과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원성 교도는 특별한 신심으로 일본인 교화를 위해 통역, 번역 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원미 교도는 김도연 교도 소개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교당에 다니다가 입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오사카총영사관에 김계원(선흥) 교도가 영사로 부임하면서 인연이 된 원보 교도. 그에게 한방무료진료, 문화행사 안내장을 보내면 꼭 부부가 함께 참석을 했다. 어느 해인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奈良)에 초대한다는 편지가 왔다. 일본에서는 놀러오라는 인사말이 형식적이라고 들었던 터라 망설였는데, 시간별로 여행 일정이 짜여있어서 응하게 되었다. 부부가 온전히 나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도리어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그는 퇴직 후 ‘세이간 일본어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내가 교화의 장이라 생각하고 김밥, 떡볶이, 김치 등을 학생들에게 공양하면 학생들은 법당에 와서 참배하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1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연을 이어왔지만 불연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웠는데, 일본어학교를 통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돕다 보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
2015년 6월에는, 좌산 상사님의 오사카 방문 시 의전을 맡아 관광지에 대한 박식한 설명과 세심한 배려로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사하였다. 이를 계기로 상사님에게 원보라는 법명을 받고, 그의 어머니도 원성각화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는 법명을 받은 1주일 후 어머니가 열반하자 가족의 동의를 얻어 원불교 의식으로 장례절차, 천도재를 지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인공이 된, 진정으로 어머니를 위한 장례식이었다.”며 신심을 내 법회 참석도 열심히 하고 있다. 법회 때마다 늘 꽃을 갖고 와 불단 장엄을 하고 교당 구석구석을 살피며 흔적 없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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