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효 감찰원장
고마움을 깨닫고 느낄 때마다
삶은 더 깊어지고 행복해집니다

대담. 노태형 사장 
정리. 장지해 기자

배려, 감사, 칭찬, 소통.
사람을 대할 때 김성효 감찰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이다. 그런 그는 만나는 사람 사람마다 “아이고 예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종종 “다른 사람들은 민타원님이 김도 안 나게 뜨거운 줄은 모르고, 다 좋다 하고 덕이 많다고 한다.”며 투정을 부리지만, 이러한 투정 역시 넉넉하게 안아주는 품 안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일 터.
교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와 같이 교정원이나 감찰원을 쉽게 드나들 수 없는 환경이 되었지만, 김 원장은 ‘따뜻한 총부’ ‘따뜻한 감찰원’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감찰원은 힘든 마음을 낱 없이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감찰원장직 1년 소감이 어떠신지요?
“와서 살아보니 우리 기관과 교당들을 돌아보면서 느껴지는 게 참 많아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어지는 역사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죠.”
각자의 자리에서 기관과 교당을 키워내고 있는 동지와 스승님들에게 매일 절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 출가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작년 한 해 교단 내 138개 기관과 해외  미주 지역까지 정기 감사를 다니면서 더욱 교단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단다. 피상적으로 ‘참 힘들고, 어렵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야 창립정신이 곳곳에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는 것.

● 현장 감사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모습을 만나실 텐데요.
“기관장이 권위적이거나 소통이 안되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직원들 장점과 특성을 살려서 ‘이건 누가 잘해서 잘 됐고 저건 누가 잘해서 잘 된 거다.’라고 기를 세워주며 발전하는 기관도 있죠. 소통이 안되면 본의와 다르게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거리가 멀어지고, 그런 기관이나 교당은 분위기가 그대로 주저앉아요. 그러면 그 기운이 고스란히 외부에도 전해지죠.”
봄의 따뜻한 기운이라야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처럼, 함께 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함이 오가고 소통이 잘되어야 그 현장이 살아나고 일도 잘 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변의 진리다. 아울러 요청하는 주의사항은 세속화 현상. 즉, 전무출신 정신을 놓아버리는 일은 우리 모두 끝까지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요소라고.
● ‘따뜻한 감찰원’에 대한 요청이 많습니다.
“그만큼 교단 구성원들이 힘들고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 때 닫힌 마음이 열리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나오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법에 어떻게 되어있느냐를 표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법(法)자는 물 수(水)자 삼수변에 갈 거(去)자로 만들어져 있어요. 물이 흘러가는 게 법이라는 거죠. 이게 참 묘해요. 물이 흘러가는 건 자연스럽고 자유롭죠. 막히면 돌아가기도 하고, 굽은 길은 빙빙 돌기도 하면서 만물을 살려내잖아요. 잘못을 엄정하게 판단해서 집행한다는 의미에서는 차갑고 엄한 기운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오히려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주지요.”
그러기에 더욱 감찰원 운영목표인 ‘법치교단 운영, 서원정신 실현, 행복공동체 조성’을 이루어가기 위해 깨우치고 바루어서 거듭 살려내는 감찰에 더 많은 정성을 들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 가장 사랑하는 교역자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디나 사람이 핵심이에요. 정말 원망스럽고 힘든 상황이 생겨도 그걸 탓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사심 없는 정성이 우리 교단을 일으킨 동력인 것 같아요.”
어려운 교당 순방 건으로 찾아갔던 어느 현장. 그곳에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관절염에도 불구하고 굽은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쓰러지기까지 했다는 교무에게 ‘도저히 이건 아니다. 그만 나와서 치료해라.’라고 몇 번을 권유했다는 김 원장. 그러나 그 교무는 ‘내가 빚을 잘 해결해서 후임 교무가 부담 없이 교화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오히려 ‘어른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기도하고 적공하며 교단 한 모퉁이에서 천하사를 하는 자긍심으로 공사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교역자의 모습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회상공동체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재가의 전문역량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이미 재가 기관장들이 배출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확대되어갈 텐테, 문제는 신성과 역량을 갖춘 주인심법이라야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거죠. 재가출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지자본위로 교단사를 함께 해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게 우리 회상의 특징이고, 뛰어난 장점이니까요.”

●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보면 요란할 때도 있기 마련인데요.
“부처님은 부처님인데, 가끔 난체하거나 거짓말 하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죠. 그럴 때 그냥 ‘난체하는 부처님’으로 모셔야 해요. 난체하는 부처님을 부처님으로 보고 불공하면 부처님의 답이 오지만, ‘아이고 저건 난체하는 중생이야.’ 하면 상대방도 중생의 마음을 보내요. 일을 하다보면 애먹이는 사람, 오해와 갈등으로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같은 위치에서 티격태격 할게 아니라 내 마음이 높이 솟아올라버려서 위에서 내려다봐야 해요. 내 마음이 크고 깊고 밝으면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모든 게 감싸 안아지죠. 마음과 사람에 공들여서 다 함께 성장하고 진급하기를 염원하는 출가위 심법을 갖춰야 해요.”

● 인재양성이 교단의 큰 화두입니다.
“사회적인 상황과 교단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긴 하지만, 우선적으로 청소년들의 롤모델인 젊은 교역자들이 행복하도록 해줘야 해요. 젊은 교역자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거기에서 나름대로 내면의 기쁨을 찾고 청소년들과 공감하며 교화하는 에너지가 나올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교역자들도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하고요.”
또한 김 감찰원장은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 문제와 관련, 시대에 부응하는 교역자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무, 도무, 덕무, 정무, 원무, 기간제 전무출신 등 다양하게 열린 문호에 대해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깊은 연마와 토론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원기 100주년을 지나면서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 교역자의 정녀제도, 복장, 머리 모양 등의 문제들도 다 내놓고 장단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부분까지 해결할 것인지 로드맵을 설정하여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하겠죠. 아울러 변화를 하려면 교단도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고요.”

● 미래시대의 원불교,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요즘을 탈종교 시대라고도 하고 종교가 신망을 잃어버린 시대라고도 합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수련에는 관심이 많은데, 종교라는 제도의 틀은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죠. 그런데 이런 상황은 오히려 우리 교법이 필요한 시대라고 볼 수 있어요. 집집마다 법당이요, 부처님이 계신다는 말씀과 같이 우리 교법은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잖아요. 생활이 진리이고 법인 거죠. 현실의 고민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심력(心力)을 쌓는 마음공부 훈련과 감사생활 실천은 세상을 구원하는 비결입니다. 교법에 바탕해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각종 프로그램과 소태산 마음학교 프로그램이 그런 것 같아요. 일반인 누구라도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교법활용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 종교라는 틀에 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각계 각층의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훈련하여 낙원으로 인도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원불교의 미래가 있겠지요.”

● 은혜롭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사생활이죠! 일상에서 감사를 통해 얻어진 행복과 기쁨을 나누다 보면 이것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대산 종사님께서 ‘감사생활은 은혜의 핵폭탄이다.’라는 법문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폭탄처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 같아요. 내 삶이 은혜임을 깨달았을 때 세상은 신비롭고 경이로워지죠.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모든 만물, 사람, 일 등이 다 고마울 뿐입니다. 고마움을 깨닫고 느낄 때마다 우리 삶은 더 깊어지고 행복해집니다.”

● 도가 뭘까요?
“<정산종사법어>에 ‘평상심이 곧 도’라고 밝혀주셨어요.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고, 자성을 떠나지 않는 공부를 하고, 늘 자신을 지키고 본원에 충실한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앉아있는 것도, 웃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모두 도죠. 평상 생활이 그대로 다 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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