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단원님들께!
글. 노태형 편집인

수위단원님들께!
어느새 원기 102년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갑니다.
지금의 원불교는 지난해 열린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부의 성주성지 인근 사드배치가 부각되면서 요란한 연말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에 원불교정책연구소에서 조사의뢰·발표한 원불교 호감도 1%, 원불교를 알고자 하는 부정적 반응 87%의 결과는 우리를 참혹하게 했습니다. 더불어 통계청이 12월에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원불교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4만5천여 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교단은 앞날이 풍전등화 같습니다. 젊은 종교라는 원불교의 생존이 위태롭습니다. 이보다 더 위중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교화’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닫습니다. 교화는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기에, 도리어 내 잘못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가 ‘조선불교혁신’을 부르짖은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어느새 구닥다리가 되어 아직도 1900년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고도 교단 미래를 장밋빛으로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제발 빙공영사(憑公營私) 하지 말아 주십시오.
내 기관에 먼저 인사를 배치하고, 내 기관에 우선적으로 교단 지원을 받는 것 역시 빙공영사의 하나입니다. 교단의 어렵고 구석진 곳을 먼저 살피고 마지막으로 자기 주위를 살펴주십시오. 내 기관만을 살리려 할수록 교단 전체에 더 심한 멍이 생긴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간혹, 수위단원님들께서 교단 전체 일을 논하기보다는 자기의 관심과 철학을 먼저 실현하려 하고, 자기 소속 기관과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해서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대중들은 상실감에 젖습니다. 어느 교당, 어느 기관, 어느 단체인들 어렵지 않은 곳이 있을까요. 수위단원들이 선공후공(先公後公)해야 대중들은 근근이 선공후사에 마음을 낼 것입니다.
종명과 공명의 합일을 이루어 주십시오.
내 뜻에 맞으면 종명이고, 내 뜻과 다르면 공명을 따르겠다는 희한한 논리가 교단에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종법사님은 수위단회 의장이십니다. 그러면 당연히 종법사의 종명과 수위단회의 의결의 거친 공명이 하나가 되어야죠. 그러니 수위단회에서부터 토론과 조율과 이해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발 백척간두 하십시오.
지금 교단이 정말 위기인지 모르십니까? 교도 숫자는 줄고, 전무출신 지원자는 급격히 감소하며, 출·재가 교도들의 애정마저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기 생각으로만 대중을 지도하지 마시고, 교단 구석구석의 남녀노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경청하시고, 함께 소통의 길을 걸어주십시오. 수위단원은 교단의 대표성이지 결코 권력의 가장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수위단원님들이 먼저 길이 되어 주십시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사상은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현재 지식정보화 사회에 이르러 다시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각자 각자가 먼저 소태산이 되어, 원불교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이뤄가야 할 신개벽기가 도래했습니다. 그 길에 수위단원님들께서 용기 한 점 올리는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그래야 미래 원불교가 다시 살아납니다. 
물론 수위단원님들의 그 자리가 꽃자리가 아닌 걸 압니다. 그래도 어찌합니까. 대중들의 신망을 받고 있으시니, 솔선수범해주셔야죠. 혁신은 결코 말과 바람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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