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생활공예가
나무의 얼굴을 드러내다


나무와 천이 만나고, 그 위에 그림이 그려졌다. 조화가 안 될 것 같은 세 가지 요소가 만나자 가구에 따뜻함이 깃든다. 오랫동안 주인의 손때가 묻어 잘 길들어진 포근함, 생활공예가 김재경 씨(양구공예공방)의 작품이 그렇다.
“나무와 천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느낌이 따뜻하달까요.” 뚝딱뚝딱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아 나무를 만지게 되었다는 그. 사실, 오랫동안 테디베어 작가로 활동했던 그가 공예가가 된 건, 변신이나 도전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런 연장선상 같은 것이었다. “언제나 나만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테디베어에 매료되었던 것도 다양한 얼굴표정을 만들 수 있어서였지요. 가구도 마찬가지라 생각했고요. 나만의 식으로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 ‘무엇을 할 것인가?’란 고민의 끝에 만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운명 같았다. ‘마을풍경, 귀로, 아이 업은 소녀….’ 좋으면서도 슬픈, 아지랑이 같은 아련한 감정의 그림 앞에 주저앉아 울길 몇 시간. 조금은 후련한 얼굴로 미술관을 나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박수근 그림 앞에 섰다. 무려 두 달 동안이었단다.
“그제서야 하고 싶은 게 생각나더라고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모티브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설레고 떨렸지요.” 처음에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퀼트로 만들고, 천에 바느질도 해보았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나무와도 잘 어울렸다. 다음에는 작품에서 느낀 색감으로 나무를 칠하고, 바느질한 천을 붙여 가구를 만들었다.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그 그림의 감성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은 박수근 가족에게도 전해져, 그는 박수근 이미지 저작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박수근 그림을 미술관에서 보고 만들기 시작한지, 8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 후 박수근 탄생 100주년 ‘잇다 프로젝트’에 작가로 선정되고 박수근미술관에서 제 공예품을 판매도 하게 되었지요. 처음 시작할 때, ‘박수근미술관에서 내 작품이 판매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루어진 거예요. 꿈을 이룬 거지요.”
그 후로도, 박수근 그림의 따뜻함을 담고 싶다던 초심은 그의 작품을 이루는 중심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딱딱한 나무지만 왠지 모르게 포근한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의미일 것. 특히 수 가지의 색을 섞어 만든 수채화 느낌의 색은 나무와 합쳐져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목공예와 가구는 세월이 쌓이고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더 정겹고 예쁘다고 생각해요. 저는 세월과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나무를 만지며 손은 거칠어졌지만, 그만큼 그만의 생활공예를 만들어낸 그. 그러다 보니 공방은 쉴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수업이 많아요. 초중고 수업부터 시니어, 군인들을 위한 수업도 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경로당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색색으로 우체통을 만들어 달기도 했어요. 마을별로 색색의 우체통이 달린 거죠. 예쁘겠지요? 하하.”
아직 할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는 그. 얼마 전에는 전통공예상품 공모전에서 전통창호형태의 퍼즐을 출품해 입선했고, 박수근 목공 퍼즐은 시판하기도 전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앞으로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인형을 만들던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쉼 없이 달려왔음에도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는데….  변신이나 도전이 아닌, 나만의 것을 찾는 그 길의 연장선상인 것이다. 

김재경 씨의 생활목공예는 나무와 천을 주로 사용한 다양한 융복합 공예품이다. 현재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생활에 어울리는 콘텐츠개발과 문화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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