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이 고리타분 하다고?

취재. 김아영 기자

차가운 겨울 아침, 매서운 바깥 바람과 달리 익산유스호스텔은 청소년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마음은 열고 닫을 수 있어요.” “마음은 자석이에요.” 재잘재잘. 지하 강당은 초등학생의 인성·예절 캠프로 시끌벅적한 반면 2층 강당에서는 남학생들의 굵고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반듯하게 앉아 예절수업을 받는 고3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익산유스호스텔의 오늘이 시작된 것이다.

마음이 자란다
“반갑습니다.” 학생을 맞는 지도사들의 분주함과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의 자유로움이 유스호스텔의 아침을 깨운다.
“365일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에요. 오늘도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인성교육이 진행되지요.” 유스호스텔이라 하면 많이들 알고 있는 극기훈련과 모험활동에서 벗어나, 청소년 진로체험과 리더십, 가족캠프, 예절체험 등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고 있는 이곳. 그 인기를 반영하듯 벽에 걸린 일정표는 여러 학교의 교육일정으로 가득하다.
“2012년 개관 이래 6만5천 명의 청소년이 이곳을 다녀갔어요. 청소년 특화 프로그램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를 둔 게 도움이 되었지요.” 홍도천 교무의 설명처럼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이곳. 특히 인성교육은 익산은 물론 전북권 내 여러 학교에서 먼저 찾아올 만큼 우수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인성과 예절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요. 중요한 거죠. 저희는 자칫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이것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고 흥미롭게 만들었어요.” 원창학원 소속 학생들이 매년 받는 ‘예절인(人)’ 수업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80% 이상일 정도. 실제로 이날도, 지도사의 질문에 무뚝뚝하기만 하던 학생들이 차차 교육에 집중하며 수업을 이끄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3이 웬 예절교육인가 싶었죠. 하지만 나의 베스트 행동과 워스트 행동을 뽑으면서 생활 전반을 돌아봤어요. 급식 시간에 새치기 하는 게 잘못된 행동인 걸 알아도 이걸 언제 곰곰이 돌아보고 반성해 보겠어요.” 진지하게 질문지를 작성하는 학생들. ‘물리시간에 꿀잠을 잤다.’ ‘사복을 애용했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안 했다.’는 학생들의 워스트 행동들은 상황극으로 만들어져 역할전환을 하는데, 이게 무엇보다 꿀잼(매우 재밌다는 표현)이란다. “평범해 보이는 이런 교육이 학교에서, 또 가정에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거죠.”
다시 초등학교 예절교육 현장.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재잘대면서 “마음은 빠르고 느려요.” “마음은 찢어진 종이 같아요.”라며 마음에 대해 놀랄만한 답을 내놓는다. 지도사들이 “이런 마음의 싹을 틔어 세상을 꿈꾸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 아닐까요?”라며 웃는 이유다.   


 
소통과 공감의 장
“청소년 기관이니만큼, 사회의 변화와 아이들의 변화를 함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인기가요차트 제목도 외우고, 줄임말도 공부하지요.”
단순히 청소년 숙박시설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는 공간이 되고자 한 익산유스호스텔. 변화하는 학생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생들의 변화는 장래희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의사, 변호사였다면 요즘은 조향사 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댄스트레이닝, 바리스타, 보석가공 등으로 더 세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리더십캠프와 가족캠프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의 기능이 약해진 요즘,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개개인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 모든 프로그램은 이렇게 청소년의 요구와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고 진화되는 것이다.
“매년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 하는 지도사들의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고민의 깊이만큼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걸 알죠.” ‘예절인’ 프로그램은 회의에 연구를 거듭해 내년 ‘예절인 버전Ⅱ’가 대기 중이란다. 
유스호스텔 기관장인 서종명 교무는 “최우선 과제는 지도자들의 전문성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고 믿는 공감능력이다. 청소년교화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청소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시설이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다.
청소년의 꿈과 희망, 마음씨가 자라는 공간. 익산유스호스텔의 오늘이다.  Ι익산유스호스텔 063)85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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