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꿈이지만 함께 하면 현실이 된다

취재. 장지해 기자 

원광보건대학교와 원광대학교, 그리고 원불교중앙총부의 접점에 새롭게 등장한 원광테크노마켓(이하 WM).
지난 8월 29일에 개관한 이후, 이곳에는 늘 사람이 북적인다. 여기를 주로 이용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학생들. 그런데 이곳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커피를 내리는 이들의 얼굴 역시 앳돼 보이는데…. “우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에요. 어떠세요?” 배움의 전당으로만 머물렀던 학교 교육의 틀을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산업구조를 체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등장한 WM. 원광테크노마켓이 대학교육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LTM교육의 결정체
수년간 테니스장이 자리를 지키던 곳에 건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저 ‘건물이 하나 더 생기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개된 WM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네모반듯한 모습이 아닌 2층부터 4층의 절반이 잘린 니은(ㄴ)자 형태의 건물 외관도 그랬지만, 실제 그 안을 채우는 게 학생들이라는 점은 더욱 그랬다.
“그동안 많은 대학에서 한두 가지 상품개발을 성공시킨 산학협력 사례는 있었지만, 이렇듯 독립적으로 건물 하나를 통째 제공하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마케팅 교육까지 진행하는 학교 기업은 대한민국 최초.”라는 게 김충범 사업단장의 설명. 대학에서 추구하는 LTM시스템(Learning, Training, Marketing)을 현실화해낸 것이다. ‘학생’이라는 공통 분모가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특수성 속에서, 학생들을 통해 수익이 난 것을 다시 학생과 교육환경에 투자해 교육의 선순환구조를 가져오고, 동시에 학교재정자립의 구체적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셈. 게다가 여기에는 학생들의 취·창업 모델로서 서울은 물론, 해외로까지 확장해갈 꿈도 담겨있다.
그런데 사실, 김인종 총장은 지난 10년간 교내에 새 건물을 짓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현재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원광학원 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랬던 김 총장이 WM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라면, 뭔가 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WM이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원광보건대학교와 원광대학교 그리고 원불교중앙총부와 원광학원 캠퍼스를 잇는 허브역할에 있었다. 그러기에 ‘그 자리’여야만 했고, “다 올리면 공간도 넓고 수익성도 더 좋을 걸, 왜 반을 잘랐냐?”는 질문에도 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보건대 본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주위의 ‘익산 최초의 정원’. WM의 2층 야외테라스나 3·4층에 올라 서쪽 방향을 바라보면 탁 트인 이곳은 특히나 소태산 대종사 재새시에도 중앙총부(당시 불법연구회)와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소태산 대종사가 여러차례 오가며 당시 언덕이던 곳을 가리켜 “저기에는 연구동이 들어올 것이다.”고 했다는 스토리까지 담긴 곳이니, 이곳의 역사성과 종교성 그리고 학교가 존재하는 상징성을 지켜내야 할 이유가 더욱 충분했을 수밖에!

슈퍼팀이 이루어내는 기적
연면적 1100평, 4층 규모의 WM에는 현재 다섯 개의 학교기업이 들어있다.
우선 1층은 외식조리과에서 운영하는 푸드몰이 입점해있고, 2층에는 원광여행사, 주얼리컴퍼니, 힐빙테라피, 카페테리아 등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2층 테라스와 실내공간이 널찍한 이유는, 학생들의 작품 등을 전시하거나 부스를 운영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얼리컴퍼니와 힐빙테라피 입점 매장에는 실제로 학생들이 만든 창의적인 제품들이 전시·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반응이 좋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어딘가에 전시될 수 있어서 좋고,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을 학내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 학교기업에서 개발한 화장품, 마스크팩 등은 이미 질 좋기로 정평이 나있고, 또 이곳은 학생들에게 마케팅 교육을 실현하는 교육현장의 기능까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3층에 마련된 런닝룸, 트레이닝룸, 마케팅룸은 각종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특히 이 방이 가장 인기가 좋다.”는 말을 따라 들여다본 복도 오른편 가장 끝 방의 경우, 네 개의 벽면 중 두 개가 전면 유리로 되어있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4층 컨벤션홀은 ‘다기능 다용도’의 기능에 충실한 게 특징인데, 최소 270석에서 최대 550석까지 활용할 수 있다. 개관 후 두 달 동안 벌써 여러 차례 각종 학회와 패션쇼, 웨딩홀로도 사용이 된 바 있는 이곳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고. 이런 면면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전국의 전문대학 중 하위권이던 원광보건대학교가 독보적 상위권으로 올라선 이유는 분명하지 싶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슈퍼맨보다는 슈퍼팀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 총장의 구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성원들이 사업 성공의 가장 큰 바탕. 전산화를 비롯한 운영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개인 혼자서는 힘들지만 학교 조직에서는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가진 인력과 교육과 시스템, 그리고 학생이라는 중요 소비시장을 충분히 활용해내면 그 속에서 사회의 기업이나 단체가 가지지 못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 사업단장.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이는 류성종 지원단장이다. “총부나 우리 교무님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해요. 교구나 총부의 행사들을 하실 때도 충분히 활용을 해주시고요.”
여기에 조심스러운 꿈을 하나 더 보태본다. 학교기관의 이런 역동성과 창의성이 교단 안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100년의 활화산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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