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성 원광효도요양병원장

열정과 추진력,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되다

오우성 교무(원광효도요양병원장·이사장)를 상징하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그건 바로 ‘열정과 추진력.’
원불교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노인요양병원을 개원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들…. 하지만 이 단어들은 곧 지난 10여 년의 도전을 말해주기도 한다. “10년 동안 ‘안 된다. 그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으니까요.”
병원 건축을 위해 건축법을 공부하고, 병원 운영을 위해서 다시 학교에 들어갔던 그. 익산에 이어 군산과 청주 원광효도요양병원까지 국가 보조 없이도 일을 완수해낼 수 있었던 건, ‘교단에서 만든 우리 병원’이란 하나의 목표였다. 이제는 ‘원광효도요양병원’이라는 브랜드를 전국에 확산시켜 더욱 더 성장시키겠다는 그를 만났다.

● 지난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실까요?
“지난 10년 동안 익산과 군산, 청주에 원광효도요양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수십 억의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지요. 오희선 원광효도마을 이사장님과 직원들의 합력이 있었기에 빠른 시일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매일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며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는 오 병원장. 어느 자리건 직원의 공을 먼저 내세우는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직원들의 노고를 서문에 말해달라 요청했다.
● 그때는 노인요양병원이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이었는데요.
“12년 전, 원광효도마을에 상임이사로 발령을 받고 보니, 아침 일찍부터 수양의집 앞에 어르신들이 줄을 서 계신 거예요. 병원에 가려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와 있는 이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얼까, 무엇이 이분들을 행복하게 만들까, 고민을 했지요. 그 답이 병원이었습니다.”
2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돌며 노인복지타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한 그.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요양시설 내에 병원이 있다면, 최고의 노인복지타운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생활보호대상자는 의원에 입원을 할 수 없어, 생활보호 입소자가 입원을 하려면 타지역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도 병원이 필요했다. 뚝심 있는 추진력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 총 37억의 빚으로 병원을 세우고, 5년 만에 부채를 갚았습니다. 두렵지 않았나요?
“원광효도요양병원은 수탁도 협업도 아닌, 순수하게 자체 재원으로 세운 ‘우리 병원’이에요. 건축 당시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근무하던 교무들이 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A·B·C 안을 마련했지요. 성공할 경우, 안 될 경우, 실패할 경우를 대비했기에 자신 있었습니다.”
외부의 바람을 타지 않고 우리 교법으로 교화터전을 이루고자 했다는 것. 젊은 시절, 그가 수탁받아 일구었던 어린이집과 복지관 등이 외부 환경에 의해 사라져버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했지요. 의사가 아니기에, 더 열심히 알아가야 했거든요.” 급속도로 변하는 의료법과 의료흐름을 알기 위해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와 윤리상임위원, 대외협력상임위원 등을 맡아 정보를 수집해가며 의료법에 빠르게 대처해왔던 날들. 여기에 사회복지 박사와 연세대·서울대 보건의료정책과정까지 수료하며 최고의 병원 전문경영인이 되고자 했다.

● 군산과 청주에 병원을 세우게 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군산과 청주에 병원을 개원해달라는 환자들의 요청이 있었어요. 고민을 하다가 원광효도요양병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지역교도들에게는 원불교에 대한 자부심을, 또 사회에 ‘원광효도요양병원은 원불교에서 하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브랜드화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군산 원광효도요양병원(2012년) 개원 당시, 건물을 구입한지 6개월 만에 법인을 만들고 건축허가와 리모델링을 마무리하니 주위에서 놀라워했다. 그런데 청주 원광효도요양병원(2015년)도 건물구입 6개월 만에 개원을 했던 것. 이는 익산에 병원(2005년)을 개원하며 쌓인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병원이 위치한 군산은 인구대비 개신교 인구가 제일 많은 지역이고, 청주는 원불교 인지도가 낮아 교화가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

● 지역정착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개원 초기에는 ‘저 병원은 원불교 사람들만 가는 데다. 원불교 사람만 직원으로 쓴다더라.’는 소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꾸준히 지역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원식부터 매년 병상 숫자만큼의 쌀을 지역에 기부하고 지역대학과 MOU를 맺어 간호, 물리치료, 임상병리 학생들이 실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꾸준한 봉사와 기부 덕분에 봉사자, 후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군산과 청주 원광효도요양병원. 이제는 ‘병원에서 이토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곳을 보지 못했다.’는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는데…. 얼마 전에는 할머니 한 분이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이런 병원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 병원장님이 병원에 올 날을 기다렸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 원광효도요양병원이라는 이름으로 1,255병상(익산 355병상, 군산 500병상, 청주 400병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요?
“‘원광효도요양병원’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서는 어디서나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특성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대 특성화(해피콜 상시화, 양한방협진, 전문재활, 집중치료실 등)서비스를 정해 똑같이 실천하고 있지요. 거기에 각 병원별 특화 서비스를 진행해 전문성을 높이면서, 이걸 실천하기 위해서 ‘인사 잘하기, 존댓말 사용하기, 쾌적한 환경정리’를 3대 목표로 정해 일상생활화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고통 받지 않고 편하게 열반에 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는 그. 결국 그의 이런 바람은 10대 특성화 등 병원의 많은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다.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라는 개념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열반낙을 나투는 자리’라고 말하는 그다.

●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겠네요.
“실천을 위해 수치를 분석해서 서비스 사항을 일 보고, 주 보고, 월 보고 형식으로 점검하고, 매월 직원들의 소양교육을 해요. 얼마 전에 세 개 병원 간부들을 대상으로 세 번에 걸쳐 최고경영자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힘들어도 합력하는 직원들에게 언제나 감사하지요.”
병원의 대표 이미지가 된 친절한 서비스와 인사는 직원들과 병원장이 한 마음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 오 병원장은 “환자 못지않게 직원도 중요시 되어야 한다.”며 인간존엄을 강조한다. 결국 그것이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자리이타 정신’이라고 말하는데…. 인터뷰 중 직원과의 통화에서 “너무 애썼다.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한다.

● 힘든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위기는 메르스 때도, 병원을 개원 할 때도 항상 있었지요. 하지만 위기가 꼭 위기만은 아니더라고요. 경기가 안 좋아 주위 병원들이 폐업할 때는, 두려워하지 않고 특화사업을 진행해서 환자를 유치했지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청주 원광효도요양병원에 호스피스전문병동을 개원한 것도 정부시책을 점검하고 미리 준비한 것이 기회가 된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교단의 사업기관에 있다 보니 기도가 더 간절해졌다는 그.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자다가도, 또 차로 이동을 할 때도 자연스레 기도를 올리게 된 것이다. 기도의 위력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일을 해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교무로서 원불교의 교법을 실현해내는 게 원동력이지요. 이 일이 맞는지 안 맞지는 팔조(八條)의 진행사조(신·분·의·성)에 대조해 보면 다 나와요. 추운 날 줄 서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이 일을 해야겠다는 믿음이 섰고, 어떻게든 이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분발하는 마음을 냈거든요. 모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전문성을 길렀고, 거기에 간단없는 마음(정성)으로 목표를 이룬거죠. 대종사님께서 이미 공부길과 사업길을 기가 막히게 알려 주신 거예요.”

● 앞으로 원불교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교법정신이 바탕 되지 않으면 사업을 하거나 교화를 하는 것이 모두 빈 소리가 돼요. 교법정신으로 해야 열정이 생깁니다. 그건 어떤 걸로도 깨트릴 수 없죠. 결국은 바른 신앙과 수행이 답이에요.”

● 도가 뭘까요?
“도는 어느 곳, 어디에 처하든지 오직 ‘은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돌아봤을 때 내가 은혜가 나타나는 삶을 살았다면 도가 있는 삶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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