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총부 구내에 약 달이는 냄새가 가득했다. 기침이 심한 소태산 대종사에게 올릴 탕약이었다. 제자는 약을 달이기 전 목욕재계하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온 뒤 정성을 다했다. 행여 약이 타진 않을까 싶어 잠시도 숯불 곁을 떠나지 않은 채 부채 바람을 일으켰고, 약이 달여지는 동안 두 손을 모아 기도의 정성을 더했다. 탕약을 가지고 가는 동안 식을까 염려되어 약사발도 뜨겁게 데우고 탕약도 뜨겁게 마련하였다. 약이 다 준비되었음을 알리자 주산 송도성 선진이 그 약을 받았다. 받침에 올려도 되련만, 약이 조금이라도 식을까 염려되어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뜨거웠다. 그 순간 약을 놓치는 게 당연했지만 스승님 드실 약이라 생각하니 뜨거움의 고통은 시원한 신심으로 바뀌었다. 붉게 익어가는 손바닥은 낱없는 공부심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주산에게 약을 받아 마신 후, 스승님의 얼굴에 따스한 바람의 미소가 피었다.
“손을 얼른 찬물에 식혀라. 그리고 다음부턴 받침에 올려 들고 오너라.”
제자의 신성에 울컥하기도 하고, 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한 마음뿐인 제자가 걱정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날 소태산 대종사가 마신 약은 제자들의 기도와 신성이 아니었을까.
 
이야기 둘.
어느 교도에게 좋은 물건 하나가 생겼다. 교도는 며칠을 고민하다, 교무님이 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 물건을 교당에 가지고 갔다. 상없는 마음으로 건네긴 했다지만, 서너 달이 지나도 교무님이 그 물건을 사용하는 흔적이 없자 교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 물건은 아주 먼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물건을 감사히 받은 교무는 물건을 더 필요한 동지에게 선물했고, 그것은 다시 원로교무에게 선물로 올려졌다. 선물을 받은 원로교무는 신심 공심 장한 교도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싶어, 다시 선물로 보냈다.
다들 짐작했는가? 맞다. 그 선물은 돌고 돌아 처음의 그 교도에게 전해졌다. 요즘 세상엔 부정과 욕망을 건네고 탐욕과 부끄러움을 받아서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묻고 있는데, 원불교인들의 주고받음은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교무를 생각하는 교도의 마음, 동지의 세정을 살피는 교무의 마음, 스승님을 존경하는 제자의 마음, 교도를 아끼는 원로교무의 마음…. 이 모든 것이 바로 일원상 마음이 되어 돌고 돈다는 사실.
선물의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도 누군가에게 감사와 은혜의 마음으로 전해지고, 또 전해지고 있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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