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통장을 만들자

자인업(自因業)과 타인업(他因業)
얼마 전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결을 했죠. 우리는 ‘기계가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냐.’고 생각했는데, 알파고가 이겼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어떤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다던지 내가 일 등이라는 생각을 할텐데,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기고도 그런 생각을 못합니다. 자아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영혼이 없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나라는 자아, 영혼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영혼과 자아는 우리의 ‘안·이·비·설·신·의’ 육신을 거느리고 살지요. 여러분은 이 여섯 부하들을 잘 부리고 계시나요?
우리의 자아에는 의식 활동을 저장하는 두 창고가 있습니다. 바로 자인업(自因業)과 타인업(他因業)이지요. 자인업은 나에 의해 저장된 것을 말합니다. 현재 내가 가진 개성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들고양이도 개성이 다릅니다. 조심성 있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쉽게 다가오는 고양이도 있죠. 자인업에는 재능도 저장이 됩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솜씨 있는 아이가 있고, 노래 연습을 많이 시키지 않아도 흥이 남다른 아이가 있죠. 전생에 그런 쪽으로 공을 들였던 것이 저장이 되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것입니다.
다른 창고 하나는 타인에 의해 저장되는 타인업입니다. 타인업에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베풀었는가가 되돌아오는 복으로 저장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미움을 쌓은 일이 원망으로 저장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복락을 얼마나 저장했는가가 중요합니다. 현재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내 저금통장이라고 생각하시면서 마이너스 통장이 아닌 은혜의 통장, 플러스 통장을 만들어나가길 바랍니다. (101. 10. 07 제9차 전무출신 훈련)

부처되기를 경쟁하라
우리 교단에 귀한 자녀들을 출가시켜주신 부모님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녀를 대종사님 법하에 내놓으신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아마 여러분들께서는 전생에 대종사님과 깊은 인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인연복이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인연복 중에서도 가장 좋은 복은 불연(법연)입니다.
인연을 맺게 해 주는 연줄이 참 중요한데, 여러분은 자녀들을 이 회상에 내놓으셨기 때문에 그 불연줄이 동아줄처럼 튼튼할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불연줄로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그냥 크지 않고, 부모님들께서 자녀가 잘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해주는 기도의 위력으로 크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면 그 기도가 반드시 자녀의 앞길을 열어주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기도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자녀들이 원불교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부모님들께서도 원불교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요즘은 특히나 더,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부모가 먼저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출가한 자녀들처럼 공부를 하다보면 부처님 법문을 만나게 되고, 그래서 지혜로워지고 자녀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대화거리’가 필요합니다. 자녀를 출가시킴으로써 공부거리, 교리거리, 교단사거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알아가다보면 부모님들 각자가 부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선행학습이라고, 미리 공부를 하셔서 방학 때 자녀가 오면 “너 이거 아냐?”고 물어보기도 하시고, 만약 대답을 못하면 “공부를 그렇게 하면 되겠냐.”고도 하시면서 누가 먼저 부처가 되는지 경쟁 아닌 경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101. 10. 02 원불교학과 서원관 부모님 모시기)

노자의 세 가지 보물
대도를 성취하시고 지도인이 되실 분들에게는 노자의 삼보를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덕경> 제67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내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서 그것을 간직하여 소중히 지키고 있다. 그 하나는 자애로움이고, 그 둘은 검약이며, 그 셋은 천하를 위해 감히 나서지 않는 것이다.’(아유삼보 지이보지 일왈 자 이왈 검 삼왈 불감위천하선: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 慈 二曰 儉 三曰 不敢爲天下先)
첫 번째 보물은 자비입니다. 자비하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었고, 끊고 맺을 수도 있었고, 이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비하면 굳세질 수도 있고 자비하면 진리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보물은 검약입니다. 정신·물질적으로 많이 아꼈기 때문에 넓힐 수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아낀다는 것은 내공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내공(內功)이 있는 상태에서 외연을 넓혀야지, 자기가 가진 내공보다 과하게 외연을 키우려고 하면 망하기 쉽습니다. 교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잘 측정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보물은 감히 천하의 앞에 서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산 종사님께서는 ‘불감위천하선’을 이렇게 해석하셨습니다. ‘늘 뒤에 서서 뒷받침이 되려고 애를 써야지, 먼저 나서거나 먼저 하려고 하면 이지러지기 쉽다.’ 미래사회에도 결국에는 늘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발전을 보고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101. 10. 12 임시수위단회 개회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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