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씨앗으로 꽃밭을 일구다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이사


취재. 정은구 기자

“지인에게서 ‘책을 사러 서울로 출장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시 안산에는 큰 서점이 없었던 거죠.” 그때 안산에도 다양한 서적이 비치된 서점이 있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최창규(안산교당, 60세, 법명 대웅) 대표이사. 그렇게 열게 된 대형서점 ‘대동서적’에 등록된 회원이 어느덧 25만 명이라며, 그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오로지 고객만 생각하고 달려왔어요.”

안산의 명물 서점
“처음엔 참고서 도매상으로 시작했어요. 시장 판매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밥을 굶어야 했죠.” 동아출판사 대리점으로 시작한 참고서 도매업. 당시 30대이던 최 대표이사는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신도시에 자리 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굉장히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취급하는 도매 물건의 종류가 많아지고, 출판계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쌓인 출판사들과의 신뢰는 서점을 열 때 큰 힘이 되었다. “당시엔 시민들이 서울이나 안양, 수원으로 책을 사러 나갔어요. 그러던 중 꼭 필요했던 대형서점이 생기니, 시민들이 도시 반대편에서도 택시를 타고 일부러 와주셨죠.”
1994년 1월, 아직 아파트 단지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개점한 ‘대동서적’.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최 대표이사는 고객을 사장으로 여기라는 말을 강조함으로써 직원 교육까지 철저하게 시켰다. “여기밖에 없는 책이 많고, 교과서도 판매하다보니 고객들이 다른 지역에도 서점을 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한 거죠.” 안산시 사동 본점에 이어, 중앙점과 고잔점까지. 면적만 총 800평에 다다르는 안산의 대표 서점으로 자리 잡게 되는 건 금방이었다. 뒤늦게 영풍문고가 입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걸음은 여전히 대동서적으로 향했을 정도! “저희는 오래 전부터 전산화 작업을 통해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대동서적이 불편하지 않은데, 고객들이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었죠.” 결국 영풍문고는 철수하고, 대동서적은 다시금 안산의 명물 서점으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는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자꾸만 줄어드는 독서량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최 대표이사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지혜를 얻으려면 지식과 사색이 함께 어우러져야 해요. 인터넷으로 지식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색은 하지 못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을지 고민하던 그는 직접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독서 포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열리는 포럼을 위해 세미나실도 제공하고,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매년 선정한 스물네 권의 책으로 진행한 지 어느덧 5년. “책으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을 모티브 삼아서, 독서캠프를 전국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인문학의 가교
2009년도, 학교 교육은 토요일에 수업을 하는 대신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며 ‘체험학습장’을 생각하게 됐다는 최 대표이사.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는 장소가 폐교잖아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렇게 공주의 영정초등학교를 매입하게 된 그. 그러나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폐교를 정돈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7년 동안 고민한 거예요.” 긴 시간 동안 조경을 정돈하고 활용 방법을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북캠프’였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요즘 시대에, 인문학을 통해 책과 사람과 생명이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공주북캠프에는 기본적인 세미나실을 비롯해서, 도서관이나 북카페, 각종 놀이시설에 글램핑장까지 갖춰져 있어요. 책과 관련된 강연을 열거나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죠. 올 겨울부터는 정례화된 프로그램도 진행해나가려고 해요.” 오랜 고민과 공부 끝에 탄생한 데다, 디자인까지 직접 했을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 장소.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소중한 까닭은,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목표 때문일 것이다.
“저는 원불교가 인문학에 가장 근접한 종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공주북캠프가 사회와 원불교의 가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해요.” 꼭 교도가 아니라도, 교도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것. “각 방에 성경책과 <원불교교전> 등 몇 권의 책을 두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교전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요.” 억지로 내세우고 보이기보다는 스며들게 하면서 교리의 광대 무량한 진리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다. “저는 종종, ‘원불교를 책으로 표현하자면 가장 나중에 나오는 개정판’이라고 설명해요. 문제 있는 건 없애고, 좋은 것만 모아서 만든 종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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