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부처님 들어있다

“할머니~ 내 안에 부처님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제 부처님한테 절 안 해도 되지?”

글. 박화영

서울교구 보은장날 준비로 교당에서 김치를 담그는 날.
세 살 윤후가 할머니를 따라 교당에 왔다. 나는 교당일을 보면서 틈틈이 윤후와 놀아주었는데, 윤후가 나와 동원 교무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할머니는 오디 가또?(어디 갔어?)” 하고 묻는다.
“윤후 할머니는 지금 뒤뜰에서 김치 담그시지~.”라고 대답했더니 “아니~ 우리 할머니 말고~!!”라고 한다. ‘누구네 할머니를 찾는거지?’ 싶어 순간 갸우뚱 하다 생각해보니, 교당에 오면 늘 할머니 교무님(교감님)까지 세 명이 있었는데 왜 둘만 있냐는 질문이었다.
“아~ 할머니 교무님은 회의하러 가셨어~.” “돈 벌러 갔어?” “아니 돈 버는 건 아니고 중요한 일을 결정하러 가셨어~.” “응~ 중요한 일 하러 갔구나.”
뱃속에서부터 독경테이프로 태교를 한 윤후는 아기 때부터 독경테이프를 들어야 울음을 그치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목탁을 질질 끌고 와 할머니에게 쳐달라고 조르던 아이다. 할머니가 기도할 때면 꼭 그 옆에 앉아 기도를 함께 하는데, 요즘엔 할머니가 절을 같이 시킨다고 한다. 세 살 아이에게 절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30번이 넘어가면 힘들어서 그만하겠다고 한단다.
그러던 어느 날. 윤후가 대종사님 진영이 인쇄돼 있는 종이를 질겅질겅 씹어 삼키고서는 “할머니~ 내 안에 부처님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제 부처님한테 절 안 해도 되지?”라고 했단다. 어린 마음에 절하는 일이 무척이나 고됐던 모양이다. 불단에 모셔진 법신불 옆에 대종사님 진영이 함께 모셔져있으니, 그동안 윤후는 대종사님께 절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안에는 이미 부처님이 들어있으니 윤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조기교육이 더욱 중요한 시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기도와 독경으로 커가는 윤후는 분명 인성이 훌륭한 아이로 자라날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부처님 잘 모시고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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