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세상에 보은합니다

취재. 김아영 기자

“이 곡을 어버이날 우리가 자녀들 앞에서 불러주자고요~. 얼마나 감동하겠어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란 곡이 울리는 서초교당 법당.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70세다. “악보 글씨가 왜 이리 작어, 돋보기가 필요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어느 합창단보다 멋진 화음을 만드는 실버합창단 ‘하얀음계’.
“2010년에 원음합창단에서 은퇴한 단장과 단원이 중심이 되어 하얀음계를 창단했어요. 성가를 사랑하는 교도들이 모여 마음껏 노래를 불러보자는 데서 시작한거죠.” 하얀음계의 3대 단장인 배제훈 씨의 말처럼, 대부분 65세 이상으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은 멈출 수 없었다는 이들. 무엇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로 교단에 보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단다.



“그렇기에 매주 두 시간씩, 7년을 한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거죠.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거나 이 법을 믿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자 신앙의 힘 아니겠냐며 웃는 최현인 단원. 이들이 그간 노래한 악보만도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두터운데…. 마음의 힘을 얻고 싶을 때는 성가 ‘총부를 찾아가리’와 ‘고요한 밤 홀로 앉아’를 부르고, 누군가의 위안이 되고 싶을 때는 가곡 ‘위대한 약속’, ‘내 마음의 강물’을 불렀다. 공연과 청중에 따라 다양한 레퍼토리로 성심을 다했다.
“가장 기억나는 공연은,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원로님들을 모시고 노래한 ‘스승님을 그리며’예요. 예비교무들과 남서울교당 교도들이 함께해서 더 의미가 있었지요. 그리고 저희 하얀음계가 정말 하고 싶었던 노래로 스승님에게 보은하는 것이기도 했고요.”
앙코르와 답가가 이어진 이날 공연 외에도 교단의 봉불식과 교당의 기쁜 날에, 또 노래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달려간 하얀음계. 주변에서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는 그들에게 종종 ‘연주회 계획’을 묻기도 하지만, 단원들은 연주회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연습 중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음악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기쁘게 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예요. 복 지을 기회를 준비하는 것, 그게 더 큰 목표 아니겠어요? 하하.”
오늘도, 강기현 지휘자의 “형님들 100점! 너무 너무 잘한다.”는 추임새와 정진여 씨의 반주에 화음을 쌓아가는 하얀음계. 노래를 불러 행복하다는 그들의 미소에 한 번, 법륜이 녹아나는 깊은 법음에 다시 한 번, 마음의 힐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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