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행복


힌두교에서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 세상이 처음 이루어졌을 때 인간에게는 행복이 미리 주어져 있었다. 그러니 인간들이 얼마나 하염없이 늘어져 살았겠는가.
보다 못한 제석천이 인간들에게서 행복을 회수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회수한 행복을 어디에 숨겨두느냐는 것이었다. 신들은 깊은 바다 속, 히말라야 정상 등 행복을 숨길 곳을 제안했으나 제석천은 고개를 저었다.
궁리하고 궁리한 끝에 제석천은 무릎을 치며 일어났다. “인간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기로 하자. 인간들의 머리가 비상하고 탐험정신이 강해도 자기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행복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옛 성인들이 밝혀주지 못한 은혜를 더 발견해 주셨다. 원망할 일이라도 감사로 돌리라 하셨다. 결국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는 행복은 어떠한 원망할 일이라도 은혜를 찾아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생활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얼마 전, 원병원에서 열반하신 분이 생각난다.
그는 직원을 두고 목공업을 하며 제법 재산을 모았다고 했다. 딸 둘, 아들 하나를 낳아 알뜰한 가정을 꾸리고 남부럽지 않은 나날을 지냈는데,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변해버렸다. 가산을 탕진하자 생활은 궁핍해졌다. 점점 살아갈 일이 아득해진 부인이 그에게 아무리 울고 매달려도, 그는 집에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았다. 부인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절집에 아침밥을 해놓고, 그 다음 다른 일터에 가서 일을 하곤 또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가르쳤다. 살기가 힘든 만큼 남편에 대한 원망도 깊어가면서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초췌한 몰골에 병색이 짙은 위암 말기의 중환자가 되어 찾아왔다. 부인은 남편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서러워서 용서를 쉽게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마음을 어쩌지 못해 밤낮으로 긴 시간을 괴로워했다. 그러나 아들이 “그래도 아버진데 우리가 모셔야죠.”라고 말해서 소개를 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더니 그래도 아버지를 챙기는 자식들을 보며 ‘열심히 일하던 젊은 시절의 행복했던 일과 아이들에게 잘해줬던 고맙던 일들을 생각하고, 남편 때문에 불행했으나 나쁜 일보다 좋았던 추억들을 생각하여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정하니, 가슴에 얹어져있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이 후련해지더라고 했다.
남편은 미안해서 부인의 눈도 잘 맞추지 못하고 죄인인양 행동했다. 그러면서 “교무님! 나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죄를 많이 지은 나 같은 사람도 좋은 곳에 갈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종종 너무 두렵고 무섭다며 “어머니, 어머니!”를 외치며 울었다. 부인에게는 “내가 잘못한 거 다 용서해줘. 정말 잘못했어. 평생 고생만 시키고….”라며 울음 속에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부인도 “진작 마음을 풀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제 당신 마음 아니까….”라며 울음 속으로 말을 삼켰다.
화해의 시간이 지나고 틈틈이 독경을 하면서 두 분은 곁에서 보기에도 다정해졌다. 부인은 남편 곁을 지키며 간호를 했다. 남편은 부인에게 안아달라고 했고, 부인은 남편을 안아주며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부인은 “평생 안 들어보던 말을 다 들으니 나도 행복해요.” 하고 남편을 더욱 꼬옥 안았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그 속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감사함이 있다. 결국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행복은, 어떠한 원망할 일이라도 감사로 돌리다보면 정말 감사한 일들로 되어지는 놀랍고 경이로운 일들이 일어남을 이렇듯 경험한다.
나는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 감사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가?
오늘 하루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감사하다는 말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감사하다는 행동들이 나를 키우며, 주위를 더욱 맑고 아름답게 가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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