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
작은 돌이 바탕 되어 큰 담을 쌓는다


아무래도 타고난 면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 뜨개질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를 위해 동생의 예쁜 뜨개옷 한 벌을 몽땅 풀어주었던 것만 보아도 그렇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 정도로 철딱서니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김인경 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이하 상임중앙)을 설명하기엔 좋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교단 2세기의 본격적인 시작점에서, 교단의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직을 수행한 지 벌써 10여 개월. 상임중앙이 되고 보니 다독여야할 일만 많아 더욱 부담이라며 ‘나는 교구장 체질’이라는 말로 인터뷰 분위기를 확 살려내는 그는 소문대로 후배들에게 유쾌하고 친근한 에너지를 먼저 건넨다.
여자정화단 총단장과 수도원총괄원장까지 겸직하느라 바쁜 일정 중에도 교정원 각 부서와 돌아가며 식사자리를 갖고자 한다는 그. 젊은 교무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갖고, 작게나마 그들의 사기진작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다.

● 지난 10개월의 소감을 말해주세요.
“개인적으로는 교단 백주년에 이러한 중임을 맡게 된 것이 정말 대단한 영광이라는 생각을 해요. 감동의 백주년으로 결복대운을 열어갈 희망과 용기를 주신 스승님들과 선진님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고, 또 현장에서 역사를 이뤄가는 후진들의 정성어린 노력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자신 없다는 생각으로 극구 사양하던 자리를 받아들이게 된 건, 다름 아닌 경산 종법사의 “따뜻한 총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마디였다. 현장에서 지치고 힘든 교무들이 총부를 찾아왔을 때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역할이 사명으로 다가왔다는 것.

● ‘따뜻한 총부’라는 말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어렵게 살다가 총부에 방문을 해도 쭈뼛거리다가 일만 처리하고 돌아가는 교무들이 많아요. 총부는 ‘마음의 고향’이잖아요. 재정산업부에 이야기하면 구내에 마련된 내빈숙소(여성교역자의 경우 보은원 2관 2층 1~2호)를 이용할 수도 있고, 제 사무실에 오시면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거든요. 현장의 교무님들이 총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마음 편히 자주 오셨으면 좋겠어요.”

● 9월 28~29일에 열릴 출가교화단 총단회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시죠.
“이번 총단회는 무엇보다 출가교역자의 사기진작과 자존감 회복에 대한 요청이 큰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지난 6월 항단훈련단회를 진행해보니까 100주년기념대회를 계기로 많은 대중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중앙에서 2세기를 열어갈 무언가를 제시해주기를 열망하고 있더라고요. 일단은 이러한 의견을 교정원에 전달했고, 9월 초 16개 항단별 총단회를 먼저 실시한 후에 거기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을 결집해 총단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 상임중앙은 5급부터 1급까지 모든 교무들이 총단회에 직접 참석해주기를 특히 당부했다. 여운만 남기고 허탈하게 돌아가는 총단회가 아닌, 소속감과 우의를 느끼고 서로의 힘을 북돋을 수 있는 ‘힘나는 이벤트’의 아이디어를 기다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 출가교화단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교화단은 어머니 역할처럼, 행정조직체계에서 다 어루만져지지 못하는 전무출신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해주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내 일터와 직장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그것을 더욱 성장시키고 교단 선후진의 삶을 체화해가는 화합의 장으로서요.”
출가교화단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저단과 항단별로 더욱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내년부터는 각항단 합동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항단별로 그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다 보면 해당 지역과 현장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 또 하나, 현장의 요청이나 요구에 맞게 각단회의 공부 내용 등을 공유해나갈 예정이라는데….
“어느 현장에 가니까 ‘각단원들이 일기감정과 교리강론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도 배우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우리 수위단원들이 일기를 감정하거나 교리를 공부하는 내용을 교화단보에 실어서 공유해나가려고 해요.”

● 주변 인연을 잘 챙기기로도 유명하시지요?
“그냥 누구나 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정말 귀하고 고맙죠. 물론 제 밑에 사는 교무들은 제가 깐깐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일을 할 때고, 평소에는 격의 없이 대하려고 하지요. 사심 없이 손잡아주려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그 마음을 알고 따라오더라고요. 사실 나잇값을 못해서 위가 없긴 한데, 그것도 나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하.”
재작년 수덕회(출가교역자들의 친목모임) 당시 김 상임중앙(당시 경인교구장)이 수상한 상을 그 자리에서 함께 사는 아래 교무에게 건네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자, “공은 수고한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는 말로 대신하는 그다.

● 남에게 잘 주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요.
“특히 교무들은 정말 잘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잘나서가 아니라, 교무이기 때문에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더욱 나눌 줄 알아야 해요. 교무라는 직책으로 받은 것을 내 개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나눌 줄 아는 마음이 대자대비죠.”
김 상임중앙은 <정산종사법어> 제5 원리편 7장의 ‘큰 원상이 돌매 천만 작은 원상이 따라 돈다.’는 법문을 인용하며, 출가교역자들이 갖추어야 할 공심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더했다. 혼자서만 잘 살기보다는 더불어 살려는 공동체적인 마음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 우리들의 마음이 삭막해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 정년연장문제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정년연장 문제는 교단의 화두가 되고 있죠. 다만, 민감한 부분이라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서 말씀드린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 같네요. 이웃종교 성직자들은 70세가 정년이고, 우리는 40년 전에 65세, 20년 전에 68세로 변화되어 왔어요. 그런데 고령화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다시 정년연장을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인이 생겼죠. 그 중 하나는 근무기간에 비해 정양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이에요. 20년 전에는 수양기간이 퇴임 후 10~15년 정도였는데, 지금은 20~25년으로 늘어났거든요. 인재수급문제의 추세를 감안해볼 때도 현직대비 퇴임자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수도원 건축과 정양비 증가 등의 문제도 파생되고 있죠. 시기의 조만은 있을지언정 정년연장이 우리의 과제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정년연장과 함께 우려되는 것이 인사적체 문제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교화패턴이 바뀌어야 하고 교당 운영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되어야 해요. 정년연장은 하되, 교단은 더욱 젊어질 수 있도록 방향을 찾아가야겠지요. 3급지 이상의 현장에서 젊은 교무들이 잘 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서 지혜롭게 대처하면, 교단도 젊어지고 젊은 교무들의 사기도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런 문제에 대한 세대별 의견이 적나라하게 토론되어야 해요.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있으면, 부교무로 살아도 마음에 흡족해서 더 잘 살 힘이 되거든요.”

● 원불교 2세기의 동력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요?
“2세기에 대한 많은 기대와 요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저는 이걸 보면서 ‘우리의 열정과 도전과 개척정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더욱 스승님들과 선진님들의 구도역정기를 통해 전무출신의 여정을 체화해가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천 년이 가도 만 년이 가도 우리의 정신은 선진님들의 창립정신에서 비롯되는 거니까요.”

● 교단의 미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요?
“학교 다닐 때 방학만 되면 신도안에 가서 대산 종사님을 뵀어요.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저 같은 사람도 교무를 잘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질문을 했었죠. 그랬더니 대산님이 돌담을 가리키시면서 ‘이 담을 봐라. 담을 쌓는데 큰 돌만 필요하냐? 적은 돌이 바탕이 되어서 큰 돌도 놓고 담도 쌓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셔요. <원광> 편집실에서, 또 교당과 기관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모두 대종사님의 경륜을 실현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지요.”

●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종교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렵고,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필요해요. 그런데 우리는 시대와 사회변화에 적응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찾아오는 교화만이 아니라 정말 어렵고 힘들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진정한 사회 저변교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교화를 위해서 힘쓰는 강명권 교무나 김선명 교무, 그리고 영광에서 탈핵순례를 하는 강해윤 교무 외 순례단원들에게 물적으로도 마음으로도 힘을 많이 밀어줘야 해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출가단별로 탈핵순례에 동참하여 함께해주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교화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이 어우러져야 원만하다고 강조하는 그다.

● 도가 뭘까요?
“보편적인 것이 도 아닐까요? 보편적 진리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걸림 없는 ‘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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