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자라나 세상을 비추어라
희망캠프 2016 용광로 프로젝트

취재. 정은구 기자

뙤약볕에 걸음은 다박다박, 두 어깨는 축 늘어지죠.
하지만 이 뙤약볕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젊음을 막지는 못합니다. 무려 5년 만에 열린 ‘희망캠프 2016’에는 전국의 원불교 청소년들이 숨 막히는 더위를 뚫고 속속 모여들었답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하나 둘 도착하네요. 아이들에게 나눠줄 파란색 티와 지도자 선생님들이 입은 분홍색 티에 적혀있는 ‘희망캠프’라는 글자가 2박 3일간 더 가까워질 우리의 사이를 대변하는 것만 같아요.
접수를 마쳤으면, 지루한 개회사를 듣는 게 아니냐고요? 그런 상투적인 일정은 사양할래요. 숙소에 짐을 풀은 아이들은 곧장 희망숲 체험부스장을 거쳐 챌린지 프로그램을 하러 갑니다. 흔들다리나 전통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답니다. 하지만 단연 눈에 띄게 북적이는 곳은 ‘물을 지켜라’ 프로그램이죠.



“얘들아, 덥지? 시원하게 가자!” 들르는 코너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종로교당 청소년들이 마침 ‘물을 지켜라’ 코너로 향합니다. 줄줄 새는 바가지를 머리에 이고 물통을 채우는 미션인데, 어째 다들 흠뻑 젖어선 서로 물놀이를 하기 여념이 없네요. 바로 맞은편 큰 장대나무에서 타이어를 뺐다가 다시 끼우는 ‘용트림’ 코너에서는 “1등 기록은 19초예요.”라는 말에 투지를 불태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2등이래! 한 번 더 해봐? 기록 한 번 깨보자!”
하지만 진정한 메인 프로그램은 둘째 날 열린 용광로프로젝트 전반전과 후반전입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강사진이 ‘모든 마음 쓸모공간, 모든 마음 풀어공간, 모든 마음 제로공간, 모든 마음 들썩공간, 모든 마음 모름공간’ 등 다섯 개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캠프신청 때 직접 자신이 들어갈 프로그램을 선택했던 아이들은 삼삼오오 걸음을 재촉합니다. “모름공간은 어디예요?” “풀어공간은 위로 가요?”



슬금슬금 아이들을 따라 풀어공간으로 가봤습니다. 교육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더베프’의 ‘어둠의 방’ 프로그램인데, 안대를 낀 아이들이 어깨를 맞잡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하고 있습니다. 대강당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제로공간에서는 마임이 한창이고요. 그 옆 들썩공간에서는 크레이지 댄스까지! 도대체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먼저였다는 최규선 청소년국장님의 말씀을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청소년 지도자와 프로그램강사만 190여 명이 참여했기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오롯이 원불교를 신앙하는 알짜배기 청소년 430여 명의 모임이기 때문일까요? 외부 강사들은 “아이들이 참 착하다.”며 연신 탄성을 내뱉죠. 오빠와 함께 참가한 박경화 학생(진동교당)은 벌써부터 다음 캠프에 올 궁리를 하고 있답니다. 특히 이렇게 많은 원불교 청소년들이 어울리는 자리이니, 협동심도 쑥쑥 기를 수 있겠다고 감탄하면서요.



사실 이런 자리가 비단 청소년들만 어울리는 자리는 아닙니다. 교당의 청소년 교화 담당자들에게도 아이들과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지요. 무엇보다도 이번 캠프가 특별한 이유는, 예비 교무들이 도우미에 그치지 않고, 보조강사로 직접 프로그램 진행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아이들과 함께 한 편의 연극을 꾸리고, 화려한 천을 휘감아 패션쇼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졌지요. 저녁에 열린 천막영화제에서는 연애, 댄스, 아이돌, 타로, 게임 등 흥미로운 주제들로 교무님들이 직접 천막을 개장했다니까요? 다재다능한 교무님들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도 활짝 열렸습니다.
청소년들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건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발자국만 다가가서, 그 삶을 들여다 봐주면 되니까요.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법을 배운 씨앗이 꽃으로 활짝 피어나면, 그게 또 얼마나 환하게 세상을 비추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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