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신속하게 달려오는 든든한 당신, 119구급대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희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이동식 침대가 신속하게 움직인다.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며 구급차에 올라탄 김진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할머니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운전대를 잡은 윤영관 대원의 표정도 심각해진다. 사이렌을 울리며 전진하자, 조금씩 옆으로 비켜서는 자동차들. 병원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이다. 지역응급센터에 도착해 환자를 의사에게 인계하고 나면, 급하던 걸음이 겨우 멈춘다. 김 대원은 출동시각과 환자 상태 등을 세세하게 기록한다. 오전 10시,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인천계양소방서의 119구급대. 출동했던 대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동료 대원의 인사를 받으며 한숨 돌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십 분. 채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출동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지령서를 확인하니, 이번엔 웬 상가 골목길 안쪽이다. “차가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공사와 주차 차량으로 정신없는 골목이라, 그는 장비를 챙겨 신속하게 내린다. 사다리에서 떨어졌다는 남성을 구급차까지 부축하는 길.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주의를 기울인다.



구급대에 들어오는 신고는 24시간 동안 15~20건.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그것이 크든 작든 119를 부르는 편이라, 온갖 내용의 신고들이 접수된다. 넘어져서 멍들었다는 신고부터 위험하고 잔인한 사고 현장 신고까지. 특히 밤이나 새벽에 신고가 많아 항시 대기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워낙 여러가지 일을 마주하다 보니 현장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도움을 받기 위해 구급대원을 부른 것이라, 도와주러 온 입장에서 쭈뼛대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는 노릇. 특히 어린 아이들을 도와야 할 경우는 당당함이 더욱 중요하다.
몇 번의 출동을 하고 나니 금세 점심시간. 그렇다고 해도 신고가 들어오면 수저를 내려놓고 출동해야 하는 입장이다. 곧잘 점심을 먹다 말고 뛰어나가기 일쑤인데, 어째 오늘은 식사를 끝낼 때까지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모처럼 잘 챙겨먹었으니 오후 일정을 준비할 차례. 그는 김지수 실습생과 함께 물품보관 창고로 향한다. 오후에 진행될 ‘계양소방서 학생 UCC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할 심폐소생술 실습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물론 신고는 끊이지 않은 터라, 그 와중에도 동료 대원들은 두 번이나 출동을 했다.
한 시간 가량의 실습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잠시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어김없이 울리는 출동 사이렌. 이번엔 화장실에서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상황 판단은 현장을 직접 봐야 가능하기에, 구급차는 신속하게 달린다. 급하게 와보니 화장실 바깥까지 술 냄새가 진동이다. 아무래도 주취자인 모양이다. “얼마나 드셨어요?”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다정한 물음에, 구역질을 하던 여성이 애써 의사를 표현한다. 오늘은 얌전한 주취자를 만난 셈이다. 때로는 욕을 하거나 장비를 부수는 사람도 있다. 또한 구급대원들이 알맞은 조치를 취해주어도 본인의 말이 옳다며 우기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몇 시간 동안 수차례 재방문한 응급실은 이제 친근하다. “그동안 못 뵌 거 한 번에 뵙네요.” 응급실 직원이 넌지시 말을 건넨다. 병원도 환자의 위치나 사고증상에 따라 가야 하는 곳이 달라지는데, 오늘은 어쩐 일로 가까운 병원을 연달아 온 참. “그러게요.” 멋쩍게 웃으며 사고처리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인근 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을 만났다. 덕분에 잠깐이나마 근황도 듣게 된다. 짤막한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사실 꼬박꼬박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덜 바쁘다고 할 것이다. 병원에서 바로 다음 신고 장소로 넘어가야 하는 일이 심심찮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화재 현장에서도 동료 소방관들이나 다친 시민들을 돌보고, 화재 진압의 보조적인 업무를 돕기 위해 함께 출동하기도 한다.
김 대원이 주야간에 주말당직까지 서면서 바쁘게 일을 해온지도 5년. 이러니저러니 해도 성향이 잘 맞는 직업이니 계속할 수도 있는 것일 테다. 게다가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 시민들이 고맙다며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감사의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는 자신의 첫 발령지를 떠올린다. 그때 그는 심정지 환자를 처음 소생시켰다. ‘아, 이것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벅찼던 감정이 아직 선연하다. 그러니 바람이 있다면 무조건 동정하거나, 혹은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문인으로의 존중 정도일까?
커다란 지도가 걸려있는 119구급대 사무실. 문에는 ‘출동대기 중’ 팻말이 걸려 있고, 슬슬 야간 업무를 위한 교대자가 출근하고 있다. 김 대원은 휴가를 간 다른 대원을 위해 24시간 근무를 하는 날. 출동인력이 부족해서 한 사람만 자리를 비워도 힘들지만, 그래도 웃으며 퇴근하는 동료들을 배웅한다.
“안녕하십니까. 구급대 소방대원 김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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