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의 대적공 여행
전무출신 정기훈련 '풍경'
과거 쇠솥골이라고 불렸던 작은 골짜기. 여름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초록의 싱그러움 안에 폭 둘러 쌓인 이곳에 전무출신 정기훈련을 주로 담당하는 중앙중도훈련원이 있습니다.
“교무님, 훈련 가면 뭐해요?”
일주일 교무훈련을 다녀오겠다고 하니 입교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묻습니다. 아마 이 글이 그 질문의 대답이 되겠네요.
전무출신 정기훈련은 1년에 한 번 6박 7일로 진행되는데, 대체로 좌선, 염불, 강의, 특강, 단모임, 공동작업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중 오전 선 정진 시간은 좌선반과 행선반으로 나뉘는데, 두 반 모두 인기가 좋죠. 행선을 선택해 훈련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를 걷는 길. 우거진 초록 잎을 지붕삼아 걸을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묵언으로 산을 오르다보니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여름 풀벌레 우는 소리…. 아, 사그락 사그락 땅 밟는 소리까지 있는 그대로 들려오네요. 송산효도마을에 근무하는 하명규 교무님은 작년부터 맨발로 숲길 행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면 향기가 발끝을 통해 몸 안으로 전해진다면서요.
성도종 훈련원장님은 뒷사람이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려고 거미줄을 걷으며 가야하는 맨 앞을 자청했고, 이 일행 중 가장 막내인 김원일 교무는 고지에 올라 목을 축일 물이 든 가방을 짊어졌네요.
위부터 아래까지 함께 역할을 해내는 건 이것뿐만이 아니죠. 교구장, 주임교무, 기관장, 보좌교무, 부교무 모두 공동 작업과 아침 청소, 그리고 단별로 돌아가며 하는 식당번 등에서 역할을 수행해냅니다. 2단의 식당번 차례에 황도국 서울교구장님이 1등으로 나서서 앞치마를 둘러매고 설거지를 맡은 일은, 몇몇 후배교무들에게 전무출신의 정신을 상기하게 하는 귀감이 됐죠.
식사 시간 이후 주어지는 약간의 휴식시간,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하는 일행들 사이로 두 명의 입선인이 눈에 띕니다. 모녀 사이인 김천륜 도무님과 유정혜 교무가 그 주인공이죠. 훈련이 아니면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워서, 엄마가 딸의 훈련 일정에 맞춘 거라고요. 매 시간 붙어 다니는 것도 아니건만 그저 출가의 길을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 든든한 사이라네요.
사실 훈련은 누군가에겐 쉼의 의미,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불타는 정진의 의미가 큽니다. “훈련은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나는 것이기에 훈련원은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에 최선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현장의 전무출신들에게 어떤 훈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서대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덕분인지, ‘일정은 같은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옵니다. 달라진 것은 이게 다가 아니죠. 첫날 저녁 훈련생 모두가 모여 인사를 나누거나, 전체 행선 시간 등 전 입선인이 함께 하는 시간이 생겨난 것이 그렇고, 또 저녁 일기기재를 챙겨주는 멘트와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역시 일상은 물론 훈련에 들어와서조차 흘려보내기 쉽던 저녁시간을 한 번 더 추어 잡게 하는 아주 소중하고 귀한 시간입니다.
게다가 이번 개인정진 시간에는 기존에 진행되던 경전봉독, 법문사경, 기도정진, 헌배정진 외에도 전통매듭반과 교사공부반 그리고 캘리그라피반이 개설되어서 생동감이 더해졌었죠. 현장에서 각자가 가진 재주를 기꺼이 나누는 것,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기쁨이 두 배 이상입니다.
훈련을 마치는 날, 선진은 후진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후진은 선진의 자랑스러운 희망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소감들을 나누며 몇몇 교무는 눈물을 흘립니다. “훈련을 몇 번 나면서도 마지막 날 이불 커버를 벗기고 새로 씌우는 일이 늘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수월하게 되더라. 순숙되어 간다는 것이 이런 것 같다.” 어느 교무님의 훈련 소감에서 ‘훈련’의 의미를 다시 새겨봅니다. 다시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한편으론 두렵지만, 일주일간 보고 듣고 깨달은 몸과 마음의 여유라면 충분히 다시 살아갈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