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정리. 장성문 객원기자

바람 끝이 싸한 초봄, 유치원 아이들이 그늘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경찰이다!” “나는 엄마 해야지~” “엄마가 뭐야 엄마가~ 하하!”
저마다 배역을 정하는데 한 아이가 말없이 앉아있었다.
“야! 넌 뭐할거야? 빨리 정해봐~”
친구들이 재촉하자 그 아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가 말했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 와봐.”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라고 있는데, 아이들이 쪼르르 그 아이 옆으로 달려가선 벽에 몸을 기댔다. “와~ 따뜻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겹던지 아이들 곁으로 가 물었다.
“민우야, 민우는 왜 햇볕이 되고 싶어?” “헤헤… 우리 할머니가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거기는 햇볕이 없어서 춥데요.”
시장 모퉁이 난전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를 아주 잠깐 비추고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 가버리는 햇볕이 미웠다는 아이. 아이는 이 다음에 크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드릴 거라며 해처럼 따듯하게 웃었다.
나는 그 기특한 아이를 꼭 안아줬다. 그러자 마치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