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로 피어오르소서

아직도 이 날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글. 강명권

시간이 무척 잘 흘러가는 요즘이다.
동해에서 이재민들에게 무슨 반찬을 드릴까 고민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던 중 한 교도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제목은 ‘봄 향기로 피어오르소서’. 지난 8년 전에 있었던 세월호 아이들 이야기였다. 나도 4월 16일이 가까워지면 그때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떠오른다. 승합차에서 잠을 자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아픔, 남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8년 전, 그곳은 4월이지만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차 안에 성에가 낄 정도로 날씨가 추웠다. 그곳에서 나의 머릿속은 남은 사람들에 대한 살핌과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잠자던 나를 깨울 정도의 소스라치는 울음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자 다 같이 아파하는 우리의 울음이었다. 거기서 소리치며 우는 가족들과 한마음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자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던 부모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세상이 떠나갈 듯 울었다. 새벽에 깬 사람들 역시 함께 울던 아픔의 시간이었다. 

보내온 긴 글에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향기 나는 봄 향기로 피어오르소서. 그 향기로 온 세상을 품으소서’라는 추모와 그리움과 기억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을 다 놓고 향기 나는 봄 향기로 피어나기를….
아직도 그리움과 아픔으로 가슴에 아이들을 품은 부모님과 가족들도 봄 향기 맡으며 행복을 찾아서 다시 살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다음날 현장에 도착해 8개월 동안 그곳 에서 봉사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 했기에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 날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도 우리가 조금 더 무엇을 했었 어야 한다는 아쉬움과 아직도 그날의 숙제를 다 풀지 못해서 그런가 싶다. 하긴 그 지난 이야기를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다시 한 번 학생들과 일반 가족들의 완전한 해탈 천도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0416’, 그 날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처럼 향기 나는 봄 향기로 피어나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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