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교무님 체험

“애들아~! 언니, 누나 교무님들 말 잘 듣고 법회 잘 봤어?”
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한다.

글. 이래성

작년 하반기쯤이었다. 아이들 픽업 후 먼저 법당에 들어가게 하고 주차를 하고 와보면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불단 앞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법회 진행을 시켜 보았다. 물론 내가 옆에 앉아서 순서대로 하나씩 알려주었는데 의외로 잘해서 아예 다음주부터는 원하는 아이들에게 순서를 정해 한 주씩 돌아가면서 법회 진행을 시켰다.
부끄러워하는 아이도 있고, 생각보다 더 잘하는 아이도 있었다. 어쩔 때는 나도 옆에 앉지 않고 아이들 자리에 앉아 아이가 진행하는 그대로 따라 가기도 했다. 아이에게 “○○교무님~”하고 불러주니 좋아한다.
진행하는 아이들에게 다음 주 간식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니 더 신나서 열심히 하였다. 진행이 힘들면 교무님 옆에 앉아서 독경 목탁이라도 쳐보라고 쥐어주니 목탁도 열심히 친다.
지난주에 교감님께서 훈련을 가셔서 내가 일반법회를 봐야 했다. 어린이법회를 한 주 휴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교당에 오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보통 때보다 일찍 아이들을 픽업하고 토요법회를 보는 학생 두 명(B와 C라 하겠다)을 불렀다.

어린이 회원 중 6학년 큰언니인 A에게 “A야 오늘은 A가 교무님이야~ 교무님처럼 법회 진행하면 돼~. 지난번에 해봐서 알지?”라고 말했다. 그동안 몇 번 법회 진행을 시켜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바로 알겠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큰 혜택인 ‘간식 우선 고르기권’을 넘기니 더욱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A언니는 오늘 법회 보는 교무님이고, B언니는 만들기를 도와주는 교무님이고, C언니는 게임 진행해주는 교무님이야. 교무님 2층 갔다 오는 동안 말 잘 듣고 교무님이랑 같이 법회 보는 것처럼 해야 해~ 알겠지?” 하고 아이들의 큰 대답을 들으며 일반법회를 보러 올라갔다.
아이들이 잘 하고 있을지 염려가 되었지만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일반법회를 무사히 마치고 소법당에 가보니 알아서 간식까지 다 먹고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애들아~! 언니, 누나 교무님들 말 잘 듣고 법회 잘 봤어?”라고 묻자 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정말 신나보였다.
물론 진행한 아이들은 힘들었다고 하지만, 나 대신 법회를 진행해준 A, B, C 에게 너무 수고했고 고맙다며 힘껏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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