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진을 찍습니다

가족, 표정을 담다

취재. 장성문 객원기자

사진작가가 크게 웃자 사람들의 얼굴 근육이 이완된다. 강해져야한다고, 쉬워보이면 안된다고 스스로 되뇌던 주문이 무장해제되고, 평소 남에게 보일 수 없던 나만의 미소가 드러난다. 우리가 잊고 있던 그 표정….
벚꽃이 수원 화성에 만발한 봄. 버드나무가 물가를 스치는 행궁동 수원천에 위치한 특별한 사진관을 찾았다. ‘행궁동사진관’. 어떤 꾸밈도 들어있지 않은 ‘나만의 미소’와 닮은 명명. “예쁜 사진은 본연의 모습에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알 수 없지만 행복할 때 지어지는 미소? 그런 걸 찍고 싶어요.” 행궁동사진관을 운영하는 박태식 작가. 그래서 그런지 그가 찍은 사진 속 인물은 다들 행복해 보인다.
행궁동사진관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가족 단위. 특히 젊은 부부의 수요가 높다. 오늘 사진관을 찾은 손님도 반려동물과 함께한 젊은 부부. 편안한 포즈, 편안한 표정 그리고 편안한 질감…. 이 느낌이 좋았을까? 사진관에 한 번 왔다가 박 작가와 매해 기록을 남기는 부부들이 많다. 한 부부는 웨딩사진 때 인연이 닿아 만삭사진, 결혼 1주기, 2주기, 아이 첫 돌 그렇게 찍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 가족의 역사가 시작부터 오롯이 행궁동사진관에서 기록된 것이다.
행궁동사진관만의 또 다른 특징은 필름과 폴라로이드 촬영. 수원에서 암실을 갖고 있는 사진관은 행궁동사진관이 유일하다. 필름 특유의 고전적인 느낌이 좋다는 박 작가. 한 번 찍으면 수정이 불가한 그대로의 모습이 기록된다는 점도 필름만의 특성.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는 번거로운 작업에도 그가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그 느낌을 찾는 고객들도 일부러 행궁동사진관을 찾는다.

행복을 기록하다
“가족사진은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어요. 연출일 수도 있는데 웃는 모습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유독 웃는 사진을 좋아한다는 박 작가. 웃지 않고 끝난 촬영에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라고. 그 이유를 묻자 촬영 후 사진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따라서 행복해진단다. 한 가족은 촬영 후 모니터를 보며 “우리 되게 행복해보인다. 원래 이랬나?”고 했는데, 뿌듯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웃는 모습을 친숙해하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는 그다.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크게 웃는다는 박 작가. 처음 보는 사람을 단시간에 웃게 만드는 건 실로 어려운 일. 오늘 촬영에서도 그가 먼저 웃으니 부부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웃음은 전염되는 것일까 혹 누구나 웃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일까? 어르신들 또한 그의 넉살에 못이겨 ‘어이없다’는 식으로 웃기도 하고 부부간 밀착하는 포즈를 요구하면 머쓱해져 자연스레 웃는다.
여기에 사진관 인테리어와 음악, 심지어 향까지 모두가 ‘예쁜 사진’을 위한 그의 연출이다. 낯선 공간에서 숨겨져 있던 모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느 날엔가는 한 아이가 “엄마 여기 우리 집 같아” 하던 날도 기억에 남는다고.
‘기록이 필요한 모든 사진을 촬영한다’는 행궁동사진관. 그는 사진을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라고 표현한다. 사진에 기록된 과거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는 정체성이 확고해질 수 있다는 것. 매해 그가 가족들과 사진을 남기는 이유도 사진 하나하나가 가족의 정체성을 기록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진사로 느끼는 점은 나이 먹을수록 잘 웃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평소 짓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있으나 쉽게 볼 수 없는 보석을 오늘도 끄집어낸다. 나에게는 어색하지만 작가는 안다. 그 미소가 바로 그 사람이 행복할 때 자기도 모르게 짓는 표정이라는 것을. 잊고 있던 나만의 미소… 말이다.  Ι행궁동사진관 070)8802-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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