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일원상

사진. 고대진
취재. 김아영 기자

동그라미 원이 당신에게 의미가 있었나요?
일원상을 알기 전에 말입니다.

알고 세상을 보니, 세상에는 우연한 일원상이 많습니다. 매일 떠오르고 지는 붉은 태양도, 저 흔하디흔한 두루마리 휴지도 동그라미 원입니다. 물론 알고 있었죠.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원상이란 단어가 머리와 가슴에 들어오고부터 더 이상 둥근 태양과 동그란 두루마리 휴지가 아니게 됩니다.
한 교도님은 두루마리 휴지를 보고 ‘술술 잘 풀리는 일원상’이라 말하고, 맨홀은 막힌 걸 내려 보내는 ‘소통의 일원상’이라 말합니다. 태양은 없어서는 안 될 ‘은혜의 일원상’이 됩니다.
가만히 컵 위를 내려다봅니다. 둥근 컵 안에 물이 둥글게 담깁니다. 둥근 모양에 담기면 둥글어지고, 네모에 담기면 네모가 되는 마음모양 테 인걸까.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예전에 젊은 교무님이 꼬맹이 교도들을 앉혀놓고 “저 일원상에는 바다도 들어가고 하늘도 들어가고, 풀, 꽃, 우주, 모든 사람이 다 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꼬맹이들이 알 턱이 있었을까요. “에이~ 거짓말이죠?” 했습니다.
다시 보니, 컵 안의 일원상에 세상이 담깁니다.

세상의 우연한 일원상은 교도들을 만나 교당의 일원상이 됩니다.
어디서 본 듯한데…. 멈춰버린 시계의 둥근 테두리는 선방의 일원상이 되었습니다. 등가구의 둥근 장식은 야외법당의 일원상이 되었죠. 세상의 동그라미가 모든 것을 담는 가장 귀한 자리가 됩니다.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일원상을 찾아봅니다. 그 때 젊은 교무님은 마음속에 다 일원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상의 일원상을 이제 나에게서 찾습니다. 둥글둥글 살고자 함에서요.

당신에게는, 세상의 동그란 원이 언제부터 일원상이 되었나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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