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행복을
고민하다

건강한 방생을 위하여, 야생동물센터

취재. 장성문 객원기자

뒷길을 돌자 야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 다가가자 느껴지는 독특한 소리와 냄새. 높고, 날 것의, 축축한 느낌이다. 이곳은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서울 25개구 야생동물들의 건강한 삶을 돕는 이곳에는 센터장 이하 여러 수의사와 재활관리사들이 야생동물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까마귀·까치·비둘기부터 시작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수리부엉이, 포유류 고라니·너구리까지 수십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센터에 머물고 있다. 부산스럽게 울고, 날고, 움직이는 동물들. 새 날이 시작되니 컨디션이 쌩쌩한가보다.

그 사이 동물들을 돌보기 위한 업무가 시작된다. “먹이는 병아리, 밀웜, 곡물이 많이 쓰이고 아침은 주로 먹이주기와 케이지(우리) 청소가 진행됩니다.” 김태훈 재활관리사가 먹이를 준비하며 말한다. 배식이 되자 기쁜지 울부짖는 동물들. 하지만 야생의 본성은 만만치 않다. 먹이통을 넣어주기 위해 케이지 문을 열자 그 틈새로 튀어나가는 새들. 곧바로 잡혀오는 신세지만 고분고분하지 않다. 의심이 많은 특성상 먹이를 거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결국 이런 친구들에게는 강제급여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도 야생동물 구조 전화는 이어진다. “새끼 너구리가 혼자 있는데 어쩌죠?”, “까마귀가 차에 치였어요!” 그때마다 직원들은 상세히 설명에 임한다. “장소가 어디인가요?”, “상태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사진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기일 인양 성실하게 센터의 요청에 따른다.

박스에 담겨 센터를 찾은 까치는 입원이 결정됐다. X-레이 촬영에 문제는 없지만 인대 문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냉온팩 마사지나 스트레칭, 부목 설치 등의 물리치료로 비행능력을 회복시킨다.
센터의 최종 목적인 방생은 종합적인 판단 하에 이뤄진다. 앞서 말한 비행능력, 장애물회피능력, 야생 본능 등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의사와 재활관리사들은 각 동물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방생이 가능한지 논의한다. 방생지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체 특성에 맞는 서식지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은 왜가리 한 마리가 방생되는 날. 낚시줄에 감겨 센터를 찾은 친구다. 다행히 재활과 관리를 통해 건강을 되찾았고 비행에도 문제가 없어 방생이 결정됐다. 방생지로 향한 왜가리는 박스가 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린다.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면 서운할 법도 하건만 오히려 흐뭇해하는 고명균 재활관리사. “처음에는 섭섭했는데, 야생동물은 경계나 도피 반응이 기본이니까, 잘 치료됐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요.”
야생동물들의 번식기인 요즘 센터는 무척 분주하다. 이 가운데 센터를 가장 많이 찾는 동물은 단연 새끼 동물들. 흔히 ‘납치’로 표현되는 이런 미아 사례는 야생동물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다. 초식동물들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끼들과 함께 이동하지 않고 여기저기 숨겨두는데, 우연히 사람 눈에 띄면 마치 미아로 비춰져 센터로 오게 되는 식이다. 둥지를 벗어나는 이소 과정에서 새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어미들이 주변에 있건만, 사람들이

나서서 의도치 않게 부모자식 간 생이별을 만드는 것이다. 김 재활관리사는 “센터를 찾는 동물들 중 가장 많은 원인이 ‘미아’인 만큼 이런 내용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며, “발견해도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서 3~4시간 지켜본 후 어미가 오지 않을 경우에만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센터 직원들은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돌보는 동물들에게 정이 갈 법도 하건만, 정이 붙으면 야생 본능을 잃을까 하여 치료에만 전념하는 이유도 그 때문. 대부분의 원인이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현실이기에 미안함과 책임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서는 오늘도 야생과 사람의 ‘행복한 동거’가 이뤄지고 있다.  Ι서울시 야생동물센터 02)880-8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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