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방법⑧

글. 이정근

8. 처음으로 좌선을 하면 얼굴과 몸이 개미 기어다니는 것과 같이 가려워지는 수가 혹 있나니, 이것은 혈맥이 관통되는 증거라 삼가 긁고 만지지 말라.

선(禪)을 하게 되면 우리 육근의 감각들이 굉장히 예민해진다. 놓고, 혹은 잊고 살았던 자신의 육근을 하나하나 챙기고 알아가는 것이 선(禪)이다. 평소에는 걸으면서도 발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르고 움직이거나, 코를 통해 폐로 호흡을 하면서도 어떤 경로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모른 채 습관적으로 숨을 쉰다. 이것을 챙기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을 할 때 망념과 잡념이 유난히 많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들은 잡념이나 망념 때문에 선을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선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이를 없애기에  노력하면 선 실력이 일취월장한다. 좋은 땅에 잡초가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저림이나, 통증, 마비 등도 바로 육체적 감각들이 살아나고, 그것을 내가 느끼고 알아차리기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몰입의 경지와, 선의 경지는 다르다. 몰입은 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고 선은 전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선을 열심히 하다 보면 몸과 정신의 감각들이 깨어나고 살아나기 때문에 우리들이 평소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하던 부분까지 느끼게 된다.
나는 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서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바지와 양말의 바느질 선으로 인한 통증을 느낀 적이 많다. 그렇지만 선을 마치면 통증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선을 하고 있는 그 순간 왜 그렇게 참기 힘든 통증과 고통이 느껴졌던 것일까. 우리 몸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그대로 느끼고 전달받기 때문이다.
혈맥관통이란 혈(血)과 맥(脈)이 통한다는 말이다. 혈은 피고 맥은 기(氣)다. 한방에서 진맥을 하는 이유는 맥박의 움직임을 통해서 기와 혈의 상태를 파악하여 몸의 부조화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피는 형체가 있어 쉽게 파악할 수 있으나, 기는 형체가 없어 설명도 어렵고 파악하기도 어렵다.

혈맥이 머리부터 발끝, 손끝까지 두루두루 잘 통한다면 우리의 몸은 건강하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혈맥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태어날 때는 소통이 막히지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자아가 생겨나고 거기에 따른 행동과 음식 섭취로 인해 혈맥(기)의 흐름과 힘이 약해지고 떨어지고 막히게 된다. 그로 인해 없던 질병들이 몸 안에 들어와 자리 잡고 병이 생긴다. 평소에 선 수행을 통해 피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은 훌륭한 건강법이 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얼굴과 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현상으로 인한 가려움이 일어나더라도 긁거나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은 이러한 현상들이 자연스럽다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좌선에 방해를 받지 말라는 말씀이다. 물론 얼굴이나, 특히 코끝이 간지러울 때에는 참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다고 무심코 손을 움직여 가려운 부분을 긁고 나면 가려움은 해결될지라도 움직인 업(業)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 순간순간 참고 견디는 것이 업과 윤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선의 처음뿐만 아니고, 자주 일어난다. 선을 하면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할 때마다 차이가 있다. 꼭 어느 것이라 고집하기에는, 선의 세계가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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