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너의 삶을 살아라

심경미 목사
취재. 장지해 편집장

그는 ‘싱글’이다.
그가 생각할 때 교회(개신교)는,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중요시하면서 본의 아니게 결혼중심적 사고와 분위기를 강하게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마치 최우선 과제인 듯 여겨지고, 상대적으로 싱글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부족하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리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회(종교)에서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때로 교회 공동체에서 소속감과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싱글들은 조용히 자취를 감추기 일쑤다.
장로교 통합 교단 소속인 심경미 목사(유튜브 B.A 좋은친구 진행, 블루밍 라이프 대표)의 관심분야는 싱글, 여성, 영성(또는 마음공부: 실제 심 목사의 표현)이다. 작년 봄에 교회 내 싱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싱글 라이프>를 펴낸 그는, 미혼이나 비혼이 아닌 ‘싱글’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미혼이나 비혼이라는 말 역시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 목사가 말하는 싱글 라이프는 단순히 ‘혼자 사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훈련을 통해 삶의 주체적인 존재로 서는 것, 즉 ‘자력양성’이다.

 ● ‘싱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영어이긴 하지만, 전 그 단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전반적으로 교회에서는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을 위한 작정 기도를 하기도 해요. 하지만 결혼이 기도만 하면 다 되는 것이던가요? 결혼하면 결혼한대로 잘 살고 싱글이면 싱글인대로 잘 살면 되는 건데, 싱글이라는 이유만으로 편치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내가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이지, 결혼해야만 인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에요.”

심 목사는 “현재 싱글이든 싱글이 아니든, 싱글 라이프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 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맞이하게 되는 삶이다.”라고 말한다. 태어났을 때도,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을 한 이후라도 삶의 변화가 생겨 이혼이나 사별을 할 수가 있으며, 누구나 결국 싱글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단지 인생 주기에서 싱글의 기간이 ‘긴가 짧은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세상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위로받기 위해 찾아오는 교회(종교)에서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와 상처를 주지 않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배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 싱글 라이프는 각자가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핵심이네요.
“결혼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자기 삶을 사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온전해야하죠. 기독교적으로 표현하면, 하나님의 자녀이자 하나님의 형상인 나로서 그냥 충분한 거예요. 내가 곧 하나님의 형상이지, 결혼을 해야 하나님의 형상인 것은 아니잖아요.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방을 갈취하게 돼요.”

● 여성 목회자로서 교회에서 풀타임으로 오래 사역하셨는데요.
“여성 목사가 교회에서 부목사로 9년이나, 특히 행정부목사로 근무한 사례는 드물어요. 여성 목사는 주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거나 풀타임으로는 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섬겼던 교회에서도 65년 만의 첫 여성 부목사를 낯설어 했어요. 하지만 3개월이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성도들이 다른 교회 교인들이나 외부인들에게 ‘우리 교회 여자 목사님’이라고 먼저 소개하기도 하고, 남자 목사님에게 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지지해주셨어요. 또 그게 나름대로 제가 일한 교회의 자랑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무역회사에서 주로 근무하며 소위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던 심 목사는, 20대 후반 무렵 ‘하면 된다.’며 버텨오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그 와중에 소개로 부탁받은 영국에서 온 산업 시찰단 안내 통역을 하다가 우연히 영국 성공회 교회 평신도 리더를 만났고, 편안해 보이는 비결을 묻다가 자연스레 힘듦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2주 후, 영국에서 온 편지에는 ‘우리 구역모임에서 당신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만난 적 없는 외국인들이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열려 교회를 찾아간 것이, 지금의 삶까지 이어진 것이다.

● 힘들 땐 없었나요?
“저는 그동안 ‘놀면 안 돼, 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생각으로 정말 놀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려하며 할 수 있는 대로 성실히 살아보려 했어요. 최근 1~2년 사이에야 마음의 중심으로부터 ‘놀아도 괜찮아.’ 하며 쉼을 주기 시작했죠.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서 본 ‘지금 이 순간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구절이나, 불교의 ‘함이 없이 한다.’는 말을 그동안에는 알 듯 말 듯 했는데, 이제는 이해가 돼요.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현재로 끌고 오지 말라는 뜻이더라고요. 늘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테지만, 이제는 조금 가볍게, 덜 심각하게, 그리고 즐기면서 하려고요.”

그는 현재 유뷰트 ‘B.A 좋은친구’ 채널에서 북토크를 진행하며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또 신학대학원 시절부터 해왔던 ‘여성리더십, 성서속의 여성들, 싱글 세미나’ 등 다양한 강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성서의 가부장적 해석을 걷어내고 역동적인 여성의 삶을 드러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새로운 길을 위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학자냐, 활동가냐 물어보셨는데, 저는 그 중간쯤의 사람인 것 같아요. 사실 예전의 저는, 제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그런데 삶과 현장에서 부딪히고 경험해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죠. 이젠 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삶의 자유함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계단 하나 올리는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는 후배 여성 목사(또는 지망생)들에게 ‘자신을 알아가고, 자기 삶을 살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여성 목사들에게는 기존 교회 풀타임 사역 기회가 많지 않은 현실 속에서, 주어지지 않는 기회와 환경을 바라보며 시간만 보내기보다는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사역과 분야를 준비하라는 것. 그 일이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자기의 소명이라면, 10년쯤 후에는 반드시 싹이 나온다는 것이다. 평생 가야 할 길, 욕심 내지 않고 부담 없이 나의 삶을 살아가며 이웃에게 덕을 끼칠 수 있다면 복된 삶이 되지 않겠냐며 웃는 심 목사. 여성 목사에게만 한하지 않은 이야기에, 공감이 닿는다.

 ● 미래 시대 종교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사실 혼자서는 지속적으로 영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요. 기존 종교 전통 중에 좋은 문화가 공동체, 즉 함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잘 살려내야죠. 공동체 안에서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다른 성도를 돕고 섬기다보면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도 결국은 ‘나’와 하나이잖아요. 나를 안다는 건 타인을 안다는 것이고, 알아갈수록 서로 존중하게 되거든요. 공동체는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섬기는 순기능을 하기에 중요합니다.”

 ● 종교인들의 실력도 관건이겠죠?
“결국 내가 자유해진 만큼 다른 사람들을 자유하게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자유하고 싶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 교단이나 교리를 위해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저는 ‘나는 목사다.’라면서 뭔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편안하고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따로 가르칠 것도 없고 해줄 것도 없고, 나를 잡고 있던 것에서 자유한 경험을 나누면 되는 것 같아요. 머리로 한 공부는 감동을 줄 수 없어요. 사역자들은 가슴을 나눠주는 사람이죠.”

 ● 삶의 지침으로 삼는 말씀을 전해주세요.
“<마태복음> 7장 12절에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는 말씀이 있어요. 이 말씀을 잘 새기면 자신도 더 열리고, 남에게도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니타 무르자니가 쓴 책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두려움 없이 너의 삶을 살아라.’라는 구절과, 예수님께서 모세에게 하셨던 ‘나는 나다.(I am that I am.)’라는 말씀을 새겨요.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예수님을 닮고 예수님처럼 살고 싶은데 안 되는 거였거든요. 좌절감도 컸어요. 하지만 이제는 예수님은 예수님의 소명이 있어서 그 길을 가셨고, 저는 저다운 길이 있음을 알아요. 종교는, 각 사람이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면 행복해져요.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는 거죠. 저는 스스로를 알아가고 인정해가면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무리한 선택이나 결정은 보류해요. 나의 길이고 나의 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