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진급하는 길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통해 ‘마음의 병’ 고치는 계기 삼았으면

글. 박정원  월간<산>  편집장·전 조선일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극성이다.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이 세계 2위(3월 초 기준)의 발병국이다. 100개국이 넘는 나라들로부터 입국 통제를 당하거나 아예 입국 자체를 못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이런 망신을 당할 수 있나. 의료 최선진 인력과 시스템을 자랑하는 한국인데 분명 오명과 오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누군가 지적했다. 한국은 1류 기업과 의료시스템, 2류 국민과 행정, 3류 정치와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그런데 여기서 아예 정치인을 4류로 따로 떼어놓기도 한다. 최선진 의료 인력들이 발병 초기에 주장했던 대로 방역체계와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했다면 전혀 문제가 발행하지 않았을 상황인데 정치적 목적을 갖다 댄 사심이 결국 나라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아넣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애먼 국민만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경제까지 파탄 나는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역시 정치 후진국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정치인 못지않게 선량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이상한(?) 종교도 있다. 국민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코로나19 발생지역을 다녀왔으면 당연히 방역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 데 감쪽같이 숨기고 있다. 아예 숨어 지내라고 총본부에서 지침을 내렸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 이상한 종교의 교인들이 감염된 비율이 국민 전체 감염자의 70%에 육박할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종교로부터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종교가 인간 정신의 안식처로서 작용해야 하는데 인간 육신의 파괴자와 사회악으로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 종교와 종교인은 우리 국민의 평균 수준인 2류도 분명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종교 지도자로 자처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애먼 국민만 육체적 영혼적 피해를 입고 있는 형국이다. 역시 정치나 이상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문제다. 마음의 병이 단단히 든 사람들이다.

원불교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르치는지 한 번 찾아봤다. <대종경선외록> 11 제생의세장(濟生醫世章) 14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 과객이 말한다. “제 몸에 무서운 전염병이 들었사오니 제가 지나간 후에 이 대중 중에 좋은 것은 못 남길지언정 몹쓸 병을 남겨 주고 가서야 되겠나이까.” 그러자 대종사 들으시고 보물을 얻은 듯이 기뻐하시며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보이지 아니하는 좋은 보물이 들어 있도다. 그 병은 필시 전생의 남은 과보일 것이요, 그 과보를 다 받고 나면 앞으로는 반드시 진급이 될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본인이 겪고 있는 전염병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까 걱정하는 과객과 전염병을 숨기라고 지시하는 사람, 과연 누가 공동체 사회에서 적합한 인물일까에 대해서는 삼척동자도 다 알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현명한 국민들은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4류 정치인을 탓하기보다 의료당국의 지침대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적 격리를 기꺼이 감내하며 준수하고 있어 조금 진정되고 있는 듯하다. 3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듯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바이러스 특성상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환경 조건이 바이러스 전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 과학자들이 지난 2007년 연구결과를 발표한 자료가 있다. 고온 및 특히 습도가 높으면 바이러스 확산이 느려지고 습도가 매우 높으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퍼지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따뜻한 공기는 수분을 많이 보유하므로 공기 중 바이러스가 이동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습한 환경에서는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한 작은 비말, 즉 액체 방울들은 더 많은 수분을 모으려고 한다. 수분을 모은 바이러스는 공중에 떠 있지 못하고 바로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온이 높고 습한 기후에서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하버드대학 전염병 학자인 마르크 립시치(Marc Lipsitch)는 기온 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이미 전 세계의 전염병인 팬데믹(Pandemic)이 됐으며,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서 오히려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적 격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가지 분명한 공통 지적은 있다. 두 학자 모두 세계보건기구의 지침대로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다.
2020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겪은 엄청난 고통과 개인이 감내한 갑갑한 현실, 그리고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솔선수범에 나선 의료진들….

‘하나의 병균이 온 세상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처럼 한 생각 병든 마음이 영생을 그르치고 한 사람의 마음 병이 천하를 망치는 병원체가 될 수도 있다.’ <대산종사법문집 제2집>에 나오는 법문이다. 전염병을 탓하기보다, 이를 방치한 그들을 탓하기보다, 나의 영생을 위해서라도 슬기롭게 극복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마음의 병을 고치고 천하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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