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에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 내가 애타지 않으려고 이렇게 덤덤하게 살다가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글. 장진향 한겨레고등학교 2학년

아빠 잘 지내? 너무 보고 싶다.
벌써 우리가 한국에 온 지 4년이나 되었어. 시간 참 빠르지? 아빠가 내 곁을 떠나 저 먼 세상으로 간지도  벌써 3년 반이 되었네. 많이 보고 싶어 아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나는 우리가 하나원에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나. 아빠가 하나원에서 신년인사로 나한테 편지를 보냈었잖아. 다 완벽한데 엄마만 없는 그림을 편지에 함께 넣어 보내면서 “진향아, 조금만 기다려라. 언젠가는 우리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날이 올 거다.”라고 했었잖아. 나, 그 편지 아직도 가지고 있어. 엄마가 오면 보여주려고.
그날 그 편지를 받고 사실 나는 너무 울고 싶었어. 그런데 울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아빠와 우리 식구들에게 철없는 아이였잖아. 항상 배고파서 울고, 힘들다고 징징대는 울보였잖아. 그래서 아빠가 나에게 지어준 별명도 울보였고. 내가 그때 울면, 큰엄마들이 아빠에게 “진향이 그 편지 받고 울던데?”라고 할까봐 차마 울지 못했어.

그리고 사실 아빠가 그렇게까지 우리 가족 생각을 할 줄 몰랐어. 국정원 면회, 하나원 면회, 병원 면회를 가서 아빠를 만나면 아빠는 항상 나에게 “엄마를 빨리 데려와야 하는데…. 나올 때 우리 꿀꿀이 새○○ 신발 구멍 났던데….” 하고 말했잖아. 아빠 몸을 먼저 더 잘 챙기지 그랬어. 엄마랑 진호는 다 이해했을 거야.
아빠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엄마는 나와 가끔 통화할 때마다 “아빠가 가까이 있었으면 몸 건강하게 잘 지냈을 거고, 더 좋아졌을 텐데….”라고 말하면서 계속 울어. 아빠, 아빠에게 자주 못가서 너무 미안해.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동안에는 아빠가 보고 싶으면 늘 아빠 사진을 많이 봤었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이젠 못 보겠어. 엄마도 멀리 떨어져 있고 옆에 있지 않으니까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이 있더라. 이렇게 한 번씩 하는 재(齋)가 힘들 때 의지하게 되는 방식인 것 같아.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 내가 애타지 않으려고 이렇게 덤덤하게 살다가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하지만 가끔씩 아빠를 보러 가고, 엄마와도 가끔 영상 통화하며 서로를 위한 마음을 놓지 않으면 되겠지?
아빠, 아빠의 올해는 어때? 그리고 나의 올해는 어떨 것 같아? 우리 지금 이렇게 모두 각자 떨어져 있지만, 서로 좋은 가족으로 그리워하면서 지내야겠지? 나를 낳아주고 키워줘서 너무 고마워. 많이 보고 싶어! 정말 사랑하고, 정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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