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방법⑨

글. 이정근

9. 좌선을 하는 가운데 절대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지 말며, 혹 그러한 경계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 요망한 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걸지 말고 심상히 간과하라.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앞날을 예측하고 거기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게 하여 화를 모면하게 하거나 큰 복을 받게 하는 것’을 떠올린다. 이는 대중매체를 통해 인식 된 모습이다. 수행자들이 그러한 능력을 얻어가는 방법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禪)’이다. 그러다 보니 선을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집착하기도 하고, 수행을 하면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기에 힘을 쓴다. 그렇게 선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실망하고 낙망하다가 결국 선을 그만두기까지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욕심이 있어서 모든 것들을 쉽게 이루고 쉽게 얻고자 한다. 그러나 인과보응의 진리로 보면, 나의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여 얻은 것이어야 진정한 나의 것이 된다.
선을 할 때 ‘왜 소태산 스승님께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지 말라고 하셨을까?’가 늘 화두였다. 그러다 어느 날 ‘아!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는 우리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 한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말 것이다.

우리 원불교에서는 좌선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할까? 내가 좌선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정전> ‘좌선의 공덕’ 10가지를 외워보면 알 수 있다. 경거망동하는 일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육근 동작에 순서는 얼마나 얻어졌는지를 대조해보면 ‘선을 통해 일상생활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우인훈련원에 근무할 때 선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현상들을 많이 만났었다. 그 중 내 삶에 가장 보탬이 되었던 현상은, 밤눈이 떠져서 깜깜한 밤에도 밝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저녁, 좌선을 마치고 나오는데 마치 가을 보름달이 떴을 때처럼 모든 사물들이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이 보름인가?’ 싶어 하늘을 보았는데 달은 없고 별만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외부 등도 다시 확인했지만 꺼져 있었다.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후 밤에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서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내가 선방을 시작할 때 늘 먼저하는 질문이 있다. “무엇 때문에 선을 하려고 하시나요?” 그 질문에 이어 <정전> 제4장 좌선법을 봉독한 후 “혹시라도 선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좌선의 공덕 10가지 이외의 것을 얻으려는 것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가는 게 낫다.”고 한다. 우리가 선을 함으로써 얻어야 하는 것은 선의 공덕 10가지다. 이 공덕만 얻고 보면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넘어서 세상과 사람들의 미래를 정확하게 읽어 내는 통찰력을 겸비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들의 영생의 목표인 생사의 자유를 얻어 마침내 대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선을 하면서 매일 매일 좌선의 공덕 10가지에 현재의 나와 나의 생활을 반조해보기를 권한다. ‘선을 통해 내 생활이 얼마나 행복해졌는가?’를 대조하는 공부가 바로 진리적 종교를 신앙하는 것이고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이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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