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향에
고단한 마음 씻고

원 시조회

취재. 김아영 기자

“중장에 ‘두지는’을 ‘가두지’로 바꾸면 어떨까요. ‘꽃자리니라’를 ‘꽃자리이니’로 바꿔도 여운이 남을 거 같고요.”
눈과 귀를 열고 낭독에 집중했던 회원들이 상대방의 작품에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어떤 부분을 보충했으면 좋겠는지를 이야기하는 합평은, 예리하지만 상대방의 글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 “청초하고 고은 향에 고단한 마음 씻고/ 울안까지 데려다가 가두지 말아다오/ 비 얄 밭 돌 틈새가 그녀의 꽃자리이니.” 다시 낭독된 시조에, 원작자도 만족을 표한다. 오늘도, 원불교문인협회 소속 원 시조회 모임이 회원들의 열정으로 열린 참이다.

“원 시조회는 원불교의 시조운동을 이끌기 위해 2018년(원기103) 8월에 시작됐습니다. 조정제 시인의 첫 시조집 <파랑새> 출판기념강연회에서 의견이 모여 추진하게 되었지요.” 회원들은 원불교문인협회 인터넷카페 ‘마음빛 누리에’ 시조방에 작품을 올리고,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마다 잠실교당에서 시조 공부와 발표, 합평을 이어가는데…. 회원들의 면모도 대단하다. 모임을 이끄는 조정제 시인을 비롯해 대부분 등단한 시인이자 작가이다. 이날도 얼마 전, 두 번째 시조집 ‘맨발의 누이야’를 발표한 임유행 시인의 낭독이 있던 터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조를 접하고 처음 쓰신 분들이 많아요. 모임의 맏형격인 송경은 님은 1년 만에 등단을 하셨지요.” 서울문인회 전 회장인 조연봉 회원은 “나이 70에 새롭게 배우는 재미가 있다. 현대시를 쓰다가 단시조를 쓰니, 글을 압축하는 감칠맛이 있다.”며 늘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시조를 연마하고 있다고. 국어교사로 퇴임한 황은적 회원도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43자에 심상을 담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여든에 첫 시조집을 낸 조정제 시인은 “시조를 통해서 성리공부를 하기도 하고 성리를 시조에 담아서 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가 너무 재밌다.”며 “민족의 혼불이자, 문화유산인 시조를 원불교 문학이 껴안는다면, 원불교 세계화에 큰 도움과 진척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원 시조회는 앞으로 원불교 시조부흥을 위해 시조 동인지를 출간하고, 올해 출판될 〈원불교문학〉에도 시조 특집으로 이 열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의Ι장재훈 010-465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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